식당이라는 곳
식당이라는 곳
  • 편집부
  • 승인 2018.12.2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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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옥(마로 소여/동화작가)

밥을 먹는다는 것은 신성한 것이다. 먹는다는 신성한 노동이 이루어지는 곳 중의 하나가 식당이다. 음식 냄새가 폴폴 날리는 식당 앞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기는 힘들다. 고개를 돌려 식당 문을 한번 보거나, 눈짓으로라도 식당 간판이나, 유리창에 붙은 메뉴판을 힐끗 보게 된다. 정겨운 냄새가 나기도 하고, 이국적인 냄새가 나기도 하는 식당 앞은 밥때가 되면 더 자극적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 유혹에 현혹되어 들어간 식당에서 뜻밖의 음식을 만나 입과 눈과 배를 호강시키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 식당 사장이나, 종업원에게 좋은 서비스까지 받는다면 마음까지도 호강을 누려 발걸음이 가볍고 하루의 일들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보은에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보은 읍내에 나가면 가끔 가는 식당에서는 좋은 기분으로 식사를 하고는 한다. 그 식당을 가면 주로 백반을 먹게 되는 데 가격도 오천 원으로 저렴하고 나오는 반찬도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부실한 편은 아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음식을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손님이 나가면 남은 반찬은 그 자리에서 한곳에 모아 담아 재활용을 아예 할 수 없게 한다. 다른 식당의 경우 남은 반찬을 그대로 주방으로 가져가서 다음에 어떻게 처리되는지 몰라 음식을 재활용할 여지를 남기는데, 이곳은 아예 그런 의심조차 할 수 없게 식탁 위에서 처리해버린다. 이런  믿음 때문에 저렴하면서 맛있게 먹어 기분도 좋아진다.

다른 손님이 먹다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는 식당이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경험상으로 보은에서는 아직도 많은 식당이 남는 음식을 재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점심때면 주차장에 식당을 찾아온 손님들의 자동차가 많이 주차되어 있고, 배달도 제법 하는 식당은 점심때가 좀 지나서 들리게 되면 식탁에 올라오는 반찬은 그전에 먹고 간 손님이 남긴 반찬을 재활용한 티가 확연히 난다. 그런 식당에 손님이 많다는 것이 가끔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식당에서 재활용된 반찬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점심때를 딱 맞춰 가는 방법밖에 없다.

보은에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도 많아지고, 식당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매스컴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음식을 접하는 기준도 높아졌다. 다양한 음식을 찾아다니는 여행객들도 많다. 가격을 우선시하는 사람도 있고, 맛을 우선시하는 사람도 있고, 청결함을 우선시하는 사람도 있고, 음식을 접하는 기준은 서로 다르다. 그 기준을 다 맞추기는 어렵다. 가장 기본적인 남은 반찬 재활용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릴 적 먹는 음식으로 장난을 하다 혼나기도 했다. 식당들도 먹는 것으로 장난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식당의 위생을 관리하는 관계기관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업주의 의식을 바꾸어 나가길 바란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 모임으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음식은 재활용하지 말고, 시킨 음식은 남김없이 맛있게 먹고, 혹여 남는 음식은 포장해서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글이 주간 <보은 사람들>에 실리는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변변치 않은 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노정옥(마로 소여/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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