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야마정(町) 그린밸리
가미야마정(町) 그린밸리
  • 편집부
  • 승인 2018.12.13 10:39
  • 호수 47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태재

그동안 본란에 연재해 온 글도 이번으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그간 졸고를 읽어주신 독자제현께 감사드리면서, 일본의 한 산골마을 이야기로써 마감을 할까 합니다.

도쿄에서 600km 떨어진 벽지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은 2007년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아 마을 어디서든지 와이파이가 팡팡 터지는 곳입니다. 회사 운영비가 도쿄의 5분의 1수준으로 저렴하다보니 IT 기업들이 앞다퉈 위성오피스(본사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시킨 사무실)를 이전, 16개 회사가 이곳에 터를 잡았답니다. 뿐만 아니라 마을 부흥 사업으로 해외 예술인을 초청하여 전시회를 열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예술가들이 터를 잡자 본격적으로 예술인 유치사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오래된 양조장이 위성 사무실로 바뀌고 퇴락한 봉제공장을 대형 사무공간으로 개조하여 10여개 회사가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업인, 예술인 유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요리사를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가동,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가미야마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독창적인 음식으로써 가미야마를 널리 알리겠다는 프로젝트는 장차 요리학교로 발전할 것이랍니다. 

일본의 산골마을 가미야마정의 그린밸리 사업은 보은군의 스포츠마케팅과 유사한 면이 적잖습니다. 지금까지 보은군이 추진해온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가미야마처럼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지요. 우리나라에서 보은 속리산만한 자연환경과 접근성이 뛰어난 곳도 별로 흔치 않습니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하여 미래지향적 4차산업에 도전함으로써 지역에 활력이 넘치고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며, 따라서 지방소멸이라는 재앙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가미야마 사람들이 예술가를 초청하고 전시회를 열며, 그들을 정착토록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한 때 보은을 시끄럽게 했던 복합문화시설, 즉 옛 속리중학교에 '이열모 미술관'을 조성키로 했다가 문제가 됐던 일이 생각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의사결정 과정 절차에 문제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미술관 자체를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예술디지털아카이브에는 1933년 보은에서 출생하여 인천에서 성장한 이열모 선생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워싱톤대, 하버드대학원 회화과를 수료(1966-68)하고 돌아와 국전 특선 5회, 문화공보부장관상 수상 2회, 추천작가, 초대작가를 역임하였으며, 성균관대에서 정년퇴임 후에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화의 대가였습니다.

한국디지털아카이브는 이열모 선생에 대해 “원래 인물화와 한국의 명산들을 그렸으며 유학 3년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는 우리나라 실경을 다루어왔다. 그는 한국의 자연과 향토를 매우 사랑한다. 특히 산하와 거기에 어우러진 산사나 촌락을 소재로 삼아 연면히 흐르고 있는 우리의 숨결을 표현하여 왔다. 화려한 치장이나 기교를 꺼리는 조선시대 백자 또는 분청사기처럼 담박하고 어수룩함을 숭상하는 우리 전래의 아취를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산과 들, 농어촌 어디든지 발길 닿는 곳에서 화선지를 펼쳐놓고 필묵으로 사생하여 현장의 생동하는 분위기를 살려보려는 그의 작화 방법은 소박한 자연주의와 형사(形似; 형체가 서로 비슷함)를 통한 전신(傳神; 초상화에서, 그려진 사람의 얼과 마음을 느끼도록 그리는 일)을 얻기 위함이리라"고 말합니다.

사제관계인 월전 장우성 선생과 함께 한국 전통 산수화가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며, 특히 현장에서 스케치만 하던 종래의 사생 방식을 깨고 현장에서 그림을 완성하는 작업을 처음 시도했다고 합니다. 이런 대가를 홀대하는 까닭이 궁금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화가의 이름을 건 미술관이 전국 곳곳에 다수 분포돼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그 지역출신 등 연고가 있거나 연고가 없더라도 먼저 유치하려고 경쟁하기 일쑤지요. 이열모 선생의 작품은 소재나 화풍에서 매우 한국적이라고 평가되어 대중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최근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에밀레 박물관'을 한국최고의 민화박물관으로 육성한다면 법주사에 들어설 성보박물관과 함께 '불화·민화 비엔날레'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열모미술관(한국화)-에밀레박물관(민화)-법주사성보박물관(불화)로 이어지는 구상을 생각해 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