쐐기풀
쐐기풀
  • 편집부
  • 승인 2018.12.13 10:39
  • 호수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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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

강연을 마친 슈타이너에게 누군가 질문을 했습니다. “왜 요즘 사람들은 훌륭하고 좋은 말을 많이 하는데 잘 실천하지 않는 것일까요?" 슈타이너는 이에 대하여 의외의 답변을 했습니다. “먹거리 때문입니다. 독일의 농업이 산업화되면서 농산물이 우리의 배만 채울 뿐 인간에게 제대로 영양분을 전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 그것도 유기농의 국가인 독일에서 먹거리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어야 할 먹거리가 오로지 굶주린 배만 채워주는 덩어리로 전락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당시의 화학비료보다 지금의 것이 더 독할 것이기에 이러한 문제는 더 심각해졌을 것입니다.

두 레몬의 단면을 아주 자세히 확대한 사진도 함께 보았습니다. 관행농업의 레몬은 그 형태가 혼란스러웠고 규칙성이 없었습니다. 그에 반해 유기농업의 레몬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제자리에 정돈된 모습이었습니다. 어느 쪽이 몸에 이로울지, 어느 쪽이 배만 채우는 것일지 구분하는 것은 매우 쉬워보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분은 슈타이너가 고안한 생명역동농법을 실천하고 계신 노년의 할머니셨습니다. 한 출판기념회에 갔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농사하기 싫어 유학을 떠났다가 아이들에게 농업을 가르치기 위해 농사를 다시 배운 분이셨죠. 이 분의 농사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농업은 다른 생명과 같이 짓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밭의 한 부분에는 새와 나비가 좋아하는 꽃들로 채웠습니다. 그에 대한 이웃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농사를 짓는 건지 장난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핀잔을 듣기도 했고, 꽃 대신 콩을 심으라며 야단도 맞았다고 합니다. 나비와 함께 짓는 농사를 이해할 리가 없었던 것이죠.

쐐기풀과 관련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에 맛있게 음식을 해먹던 쐐기풀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많이 자랐던 것들이 사라진 것이 의아하여 다른 농부에게 물어보니 쐐기풀은 자신이 자랐던 땅이 충분히 좋아지면 다른 곳에 가서 뿌리를 내리고 그 땅을 다시 좋은 땅으로 바꾸려고 하는 인자한 풀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쐐기풀이 자랐던 땅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아주 부드러웠고 무엇을 심어도 잘 자랐다고 합니다. 쐐기풀은 아주 이타적인 식물인 것이죠.

사람이 들숨으로 산소를 마실 때 식물은 산소를 내뱉어 줍니다. 사람이 뱉은 이산화탄소를 식물은 들이마십니다. 이렇게 마치 딱 맞는 블록처럼 사람과 식물은 상호관계를 맺기에 사람과 자연은 하나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을 잘 가꾸는 것이 결국은 사람에게도 이로운 것이 되나봅니다. 한편으로는 정치인들보다 쐐기풀에서 배울 것이 훨씬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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