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부
  • 승인 2018.11.29 09:47
  • 호수 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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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

덴마크의 교육 기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에프터스콜레였습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자유중등학교라고 불립니다. 이곳은 중등 과정을 마친 고1의 아이들이 학력이 인정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기숙생활을 하며 오롯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보는 곳입니다. 특정 교과를 전문으로 가르치기보다 인생 전반에 대한 보편적인 교육과 시민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시민의식을 강조합니다.

즉,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가 주요 과목인 것이죠. 무려 200개가 넘는 각기각색의 에프터스콜레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몇 군데가 있습니다. 옆을 볼 자유를 주고 싶다는 꿈틀리인생학교가 가장 먼저 생겼고, 서울은 교육청의 주도로 학력이 인정되는 과정인 오디세이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성찰과 체험 등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스스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고 삶과 배움을 일치시키는 1년의 전환학년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총 4곳의 오디세이 학교가 있는데 그 중 서울혁신파크 안에 있는 학교를 가보았습니다. 혁신파크 내에는 각종 사회적 단체들이 입주해 있었기에 이들을 활용하여 수업을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요리 대안학교를 통해 매일 요리를 배우면서 점심식사를 차리고 설거지까지 하는 것이 수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연극 극단의 단원이 신체표현과 관련된 것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관심 있는 것을 프로젝트주제로 잡아 연구하여 학생이 교사가 되기도 했고, 4박5일간 지리산 종주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학력인정 과정이기에 학업과 진로 모두 신경 써야 하는 부담이 존재했지만 무려 3년을 앞당겨 시행하는 자유학기제보다는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 과정을 마친 뒤에는 고1로 복귀할 수도, 고2로 복귀할 수도 있으며 지원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의사로 온 학생들과 부모의 권유로 온 학생들이 섞여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저렇게 학창시절에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학생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긴 인생의 중간에 잠시 숨을 고른다고 별일 있을까요? 저도 생각해보니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지금까지 쉼표는 없었더군요.

'빨리 빨리'의 문화 속에서 남들 가는대로 발맞춰 가려고 했었습니다. 그 대열에서 나와 한 해를 잠시 멈춰보니 그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가와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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