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성보박물관
법주사 성보박물관
  • 편집부
  • 승인 2018.11.15 10:00
  • 호수 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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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재

전국의 여러 사찰을 다녀보면 웬만한 사찰에는 성보박물관이 있습니다만, 법주사에는 성보박물관이 없습니다. 청동미륵상 지하 용화전에 전시관을 두고 있는 정도입니다. 호서제일가람 (湖西第一伽藍)의 위상에 걸맞지 않아 아쉬움이 크던 차에 법주사에도 번듯한 성보박물관을 세울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지난 7월 이 지면을 통해 말씀 드렸듯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란 이름으로 법주사를 비롯한 7곳 사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이름에 걸맞은 박물관 건립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동안 필자가 둘러본 성보박물관은 대체적으로 규모가 작고, 전문 인력 배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박물관이라기보다 수장고 역할에 머무는 듯 보였습니다. 사정이 이런 만큼 법주사 성보박물관은 처음부터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짜임새 있게 추진해야 될 것입니다. 건물의 위치와 규모, 인력과 예산 확보 그리고 운영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세워 착착 진행한다면 사부대중의 발길을 끌어 모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여, 그저 성보박물관 하나 더 만드는 게 아니라 가령 '세계 불화·민화 비엔날레'를 개최할만한 수준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광주를 비롯하여 부산 서울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청주에서는 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데, 아직까지 불화·민화에까지는 시선이 미치지 않고 있는 줄 압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를 보면 불화의 종류가 참 다양합니다. 토석이나 목재, 포백(布帛), 종이, 금속 등 재료에 따라 벽면이나 기둥, 천장을 장식하거나 탱화나 경화를 그리기도 하지요. 용도에 따라서 보면 사찰을 장식하는 장엄용, 대중의 이해를 위한 교화용, 의식 때 사용하는 예배용이 있죠. 야단법석, 야외 법회 때 펼쳐지는 괘불은 참 대단하지요.

어떤 주제를 나타내느냐에 따라, 대웅전이나 영산전의 후불화로서 영산회상도를 비롯하여 부처님의 생애를 나타내는 팔상도, 대적광전이나 비로전 등 지권인의 비로자나불화, 노사나불화, 극락전의 아미타불화, 질병과 재난을 막아주시는 약사여래불화, 53불화, 천불화, 관음보살화가 있는가 하면 나한도, 조사도, 제석·신중화, 지옥계 불화, 칠성탱화, 산신도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습니다. 시대적으로는 고려불화를 세계최고로 칩니다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외국에 소장돼 있습니다.    

불화는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이야기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불화를 한곳에 모아 펼쳐 보인다면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이에 더하여 불화와 아주 가까운 민화까지 더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에밀레박물관으로 잘 알려진 조자용(趙子庸)은 생전에 민화를 "서민·평민·상민·민중 등 사회 계층이나 신분의 구별 없이 도화서 화원은 물론 모든 한국 민족들이 그린 그림"이라 하였고, 김호연(金鎬然)은 "민족의 미의식과 정감이 표현된 겨레의 그림인 민족화", 이우환(李禹煥)은 "평민·서민의 습관화된 대중적인 그림"으로 정의하였습니다.

민화를 그림소재에 따라 분류해 보면 △무속·도교적 민화로서 장생도, 방위신·십이지신상, 호랑이·계견사호(鷄犬獅虎), 신선도, 산신도·용왕도, 무속·도교의 신위(神位) 등 △불교·유교계통의 민화, △장식용 민화로서 산수화, 화훼·영모(翎毛)·초충·어해(魚蟹)·사군자 계통 민화, 풍속화·인물화, 책거리도(冊架圖)·정물화 등 없는 게 없습니다. 한국 민화에는 순수함·소박함·단순함·솔직함·직접성·무명성·대중성 그리고 동일 주제의 반복과 실용성·비창조성·생활습속과의 연계성 속에 기복(祈福)·벽사, 사랑, 강인성, 익살, 멋이 들어 있습니다. 이처럼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불화와 민화는 단순한 미술품이 아닌 민중의 삶의 이야기로서, 이는 전 세계 어느 곳이든지 마찬가지입니다.

'세계불화민화비엔날레'를 속리산에서 개최할 순 없을까요. 공모전과 초대전은 물론 국내외 다양한 불화와 세계 각국의 민화를 한자리에 모아 비교해 볼 수 있다면 재미난 일이 무궁무진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을 법주사, 보은군, 충청북도가 손잡고 해 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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