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좋은 일만 있기를
가을 좋은 일만 있기를
  • 편집부
  • 승인 2018.10.24 21:23
  • 호수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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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옥(마로 소여 / 동화작가)

단풍이 한창이다. 울긋불긋하다는 물린 단어를 들어도 입가에 미소가 생기는 그런 가을이다. 속절없이 계절은 가고 오고를 반복하고 즐거움과 괴로움도 반복된다, 가을바람에 괴로움도 살랑살랑 함께 날아가는 기쁨이 있으면 좋겠다고 또 물린 생각을 해본다. 그런들 마음과 머릿속에 자리 잡은 괴로움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걸 막을 수는 없고, 이런 불청객을 막을 방법이 없어 자주 놀라기도 한다.

가을, 즐거운 소식만 있으면 안 될까?

단풍의 화려함에 가려 들리거나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툭하면 들린다. 유치원 비리로 인해 마음이 상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고, 묵혀있던, 그들은 알고 있던 일들이 터지니 너나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높여 유치원 비리를 강하게 처벌한다고, 법을 새로 정비한다고 난리를 부리고 있다. 진즉에 했으면 좋았을 걸 왜 이런 좋은 가을에 국민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인가.

요즘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드느라 손길이 바쁘다. 까치밥 몇 개 남기고 딴 감을 껍질을 벗겨 줄줄이 매달아 놓으면 자연은 맛있는 곶감을 만든다. 참 맛있는 이 곶감을 만드는 농촌의 일상처럼 세상도 평온한 가을이기를 원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에 덜 익은 감 먹을 것처럼 떨떨하고 쓴맛이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사건을 들으며 세상이 이렇게 각박해졌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가을 하늘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왜 각박하고 여유가 사라지는 걸까?

나에게도 각박함이 존재할 터,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못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스스로 반성하며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는 안개 자욱한 가을 아침이다. 이 반성이 반복되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쓸쓸히 사라져 간 김광석의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랫말을 중얼거려 본다.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PC방 아르바이트생에게도 꿈이 있었을 것이다. 그 꿈을 이보다 더 좋은 곳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그의 명복을 빈다.

가을.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단풍이 다 가기 전에 속리산에 가봐야겠다. 속리산 입구 식당에서 파전 지지는 냄새도 맡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도 듣고, 물소리도 듣고, 지나는 사람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도 듣고, 새소리도 들으며 귀를 씻어내고, 울긋불긋 단풍으로 눈도 호강시켜주어야겠다. 내려오는 길 파전 냄새 따라 막걸리 한 사발로 목도 마음도 적시고, 넉넉한 가을 속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그래서 좋은 일만 생기기를 마음속으로 다짐도 해봐야겠다.  

노정옥(마로 소여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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