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 마을
성미산 마을
  • 편집부
  • 승인 2018.10.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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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판동초 교사)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미산 마을은 조금 특별한 곳입니다. 지극히 개인화 된 시대, 그래서 개인의 힘이 모래알처럼 현저히 약화된 시대에서 마을공동체의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는 곳이기에 그렇습니다. 이 마을의 유래는 1994년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동육아어린이집의 설립이 그 시초였습니다. 아이들의 양육환경과 교육을 고민하지 않는 부모는 없죠. 허나 이들은 고민에서 그치지 않고 뭉쳤으며 실행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큰 차이죠. 때로는 마을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맞서면서 본인들이 필요한 것들을 직접 해결하려는 노력과 성공의 경험들은 큰 자산이 되어 지금의 성미산 마을을 전국적으로 유명한 도시공동체로 만들게 했습니다.

마을에 방문하기 며칠 전, 성미산 마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춤추는 숲'을 보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의원시절 이 영화의 관람번개를 제안했었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어 감사드린다."는 관람평을 남기기도 했었죠. 마을의 중심이고 아이들의 쉼터이자 놀이터인 성미산을 거대한 사립재단의 머니파워에 맞서 지키고자 했던 기록, 공동의 가치와 깨어있는 사람들의 실천을 보며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용기는 살아있는 교과서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마을에 무언가 필요하다면 새로이 만드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집도, 12년제 학교도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7학년 때는 100일 동안 농장학교에서 농사를 짓고 돌아오는 건강한 학교였습니다. 맘 편히 밥 먹을 곳이 필요해 요리에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 출자하여 동네밥집을 만들었습니다. 함께 출자하여 마을 극장을 운영합니다. 이 극장을 활용하여 탱고파티를 연다는 플랜카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동네책방도 운영합니다. 책방 안에는 작은 미술관과 아이들의 돌봄공간도 있습니다. 마을방과후, 반찬가게, 의료조합, 재활용가게, 각종 공방들도 그렇게 운영됩니다. 아주 중요한 것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인구가 유입되며 자립적인 마을의 생태계가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인근지역의 생태계 형성에도 도움을 주며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뭉치면 그러한 힘이 생겨남을 보여주는 마을. 주는 것만 받아먹지 않는, 사람 냄새나는 마을. 정말 마을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습니다.

강환욱(판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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