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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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8.10.04 09:36
  • 호수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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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 시민기자

2004년 교사 임용시험을 보았는데 성적이 나빴습니다. 발령대기자로 서울에서 지내며 기간제교사를 했고, 2번째 학교의 근무기간이 끝나갈 즈음 다른 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남한산초등학교는 롤러코스터 같은 고갯길을 지나 산 중턱 아주 경관이 빼어난 곳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혁신학교를 시작할 즈음이었기에 학교에 대한 편견이 적은 저경력교사를 찾은 것이었습니다. 학교를 처음 갔을 때가 잊히지 않습니다. 아주 소란스러웠습니다. 쉬는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앞선 두 곳의 학교는 수업시간이면 아주 고요했습니다만 이곳은 아이들의 목소리로 학교가 가득 채워져 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시끄러움이 아니라 자유로움으로 느껴졌습니다. 4학년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당번이 끓인 차를 여기저기서 마시는 교실모습은 카페 같았습니다. 함께 학교 뒤로 올라가니 바로 남한산성이더군요. 자연에 안겨있는 곳에서 기분에 따라 언제든 산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았습니다. 어떻게 수업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하루하루 버티느라 바빴겠지요. 가장 강렬하게 기억나는 것은 매일 가졌던 교사회의입니다. 돌아가며 하루의 소회를 밝히고 교실에서 있었던 일, 아이들의 문제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업무가 초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이 참 정겨웠습니다. 기존학교보다 잡무가 적은 것이 큰 몫을 했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은 노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노는 것을 격려 받았습니다. 그런 아이 중심의 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교사들의 보살핌을 충분히 받고 있었습니다.

실은 이 학교는 폐교위기에 있었습니다. 지역이 단합했고 뜻이 있는 교사들이 모여 혁신학교를 잘 꾸려나갔으며 여러 지원을 받았습니다. 후에 공중파 방송을 타게 되었고 이렇게 잘 놀고 주입식 교육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했던 졸업생의 학력추이가 일반학교 출신에 비해 뒤쳐지지 않았다는 분석, 초등학교 때의 행복했던 추억이 큰 버팀목이라는 졸업생의 인터뷰는 많은 이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강남의 최고가 아파트에 살던 가족이 이 학교 입학을 위해 학교 인근 지하 월세방을 겨우 얻었다는 이야기, 입학 시즌이 되면 주변의 전세값이 들썩인다는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의 파워는 실로 대단했습니다. 보은의 인구 감소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학교가 생각납니다. 교육은 여러모로 희망을 주는 징검다리 같습니다. 그 징검다리에 힘을 실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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