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보물 216호 마애여래의 상
⑥보물 216호 마애여래의 상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09.13 10:59
  • 호수 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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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을 찾은 중생을 바라보는 듯
 

평지인 법주사 경내 중 입구 금강문에서 왼쪽 끝, 수정암으로 가는 길목에는 엄청난 큰 바위가 절 마당 한 쪽에 무리지어 있다. 추래암(墜來岩)이다. 어디서 굴러 떨어진 돌이라는 뜻이다.

이번 호에 살펴볼 보물 216호 마애여래의 상은 바로 추래암을 이루는 거대한 바위 군락 사이의 암벽에 조각돼 있어서 절 곳곳을 살피지 않으면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쉽다.

수정암 방향으로 걸음을 조금 옮기면 추래암 사이에 숨은 마애불이 고개만 내민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모습은 흡사 수줍은 소녀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 살짝 숨어서 임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다. 마애불이 바위 뒤에서 법주사를 찾아온 중생들을 자비와 사랑이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상의 머리는 바위에 새긴 것들에서는 보기 드물게 작은 소라모양의 머리칼을 촘촘하게 새겼다. 목에 있는 3줄의 주름은 고려 초기인 11세기경 마애불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양식이다. 마애불의 손모양을 보면 오른 손은 가슴 앞에서 들어 손바닥을 보이며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 끝을 붙여서 동그라미를 만들고, 왼손은 가볍게 들어 오른손을 받친 듯한 모습이다. 이런 손 모양을 '설법인(說法印)'이라 하는데 지금 부처가 설법을 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뜻이라고 한다.

불상이 취하고 있는 이 '설법인'의 자세 또한 한국 불상 중 찾아보기 힘든 모양이라고 한다. 통일신라시대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금동삼존판불에서나 볼 수 있는 정도이고 의상의 독특한 자세도 경주 남산 삼화령에서 출토된 석조삼존불상 중 본존불 정도가 고작이다.

수인은 설법인이지만 그 선이 얼마나 유연한지 실제의 손보다도 더 부드럽고 유연해 보인다. 보통 여자 손보다 더 유연해보이는 것이 고려 석공의 솜씨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추래암의 마애불은 미륵신앙과도 연관이 있다. 역사적으로 법주사는 한국 미륵신앙의 중심도량으로 이 불상 조성 배경에도 미륵신앙이라는 신앙적 배경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마애여래의상 왼쪽 아래에는 2개의 또다른 조각이 있다. 그 하나는 짐을 싣고 있는 말(馬)과 그 말을 끌고 있는 사람이 음각돼 있다.  하나는 절의 창건주인 의신조사가 인도에서 경전을 싣고 돌아와 법주사를 창건했다는 설화를 도설(圖說)한 것이다. 또 하나 경전을 끄는 말 앞에 무릎을 꿇은 소의 모습은 절의 중흥시킨 진표율사가 금산사에서 나와 법주사로 가는 도중 소 한 마리가 나타나 진표율사에게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했다는 설화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마애여래의 상을 비롯해 이 두 개의 설화를 담고 있는 암각화는 절의 구심점인 미륵불과 법주사 창건의 설화를 표현했다는 것이 놀랍다. 마애여래의상은 법주사 금강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서 좌측 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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