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 편에 서는 건 쉬운 일입니다
강자 편에 서는 건 쉬운 일입니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09.12 22:35
  • 호수 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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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약자 편에 서는 건 큰 용기와 희생이 필요합니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 중까지 언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9월 5일 배포된 발행인 보은군수가 만든 8월 분 대추고을소식지 지면과 6일 전북 부안군에서 있었던 이장협의회 워크숍에서 정상혁 군수가 본보를 두고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허위보도를 하고 있다는 등 공개적으로 비판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추고을소식지에 게재된 본보의 보도내용이 잘못됐다며 정정을 요구한 내용을 보면 보도의 핵심 또는 보도의 취지를 살폈다 라기 보다는 낱말, 용어, 문구 등을 꼬집고 있다.

약자인 군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조차도 군민과 아득바득 다퉈서 군이 승리를 하려고 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비쳐졌다.

물론 정정을 요구한 내용 중에 용어 및 숫자 등을 잘못 표기한 부분은 본보가 앞으로 더 교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지만 작금의 보은군수와 보은군이 하는 행태를 보면 오탈자를 빌미로 노출된 정 군수가 갖고 있는 언론관을 읽게 한다. 길들이기, 제갈 물리기로도 받아들여질 정도다.

언론의 기능과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권력에 대한 감시 및 견제이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권력, 무소불위 세력에 저항하고 도전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통치권력의 오남용을 감시 견제, 비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이 마땅히 알아야할 권리, 알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본보가 추구하는 언론관은 권력 감시와 약자 보호다. 권력 감시는 군수를 비롯한 모든 선출직 공직자, 그리고 선출직 공직자를 등에 업고 이권을 취하는 특정 군민이라고 할 수 있다.

감시의 대상자, 견제의 대상자인 이들을 우리지역에서는 과연 누가 감시하고 공개적으로 비판할까?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아주머니가? 아저씨가? 농민이? 상인이? 학생이? 기업체 사장이? 사회단체장이? 천만의 말씀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후 지금까지, 특히 민선군수를 선출한 23년의 역사동안 민선군수가 추진하는 군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군민들을 보지 못했다.

군민들은 생업에 바빠 간과해버리거나 민선군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지역의 주인이고 자치의 수행자이지만 스스로 힘이 없는 계층으로 규정, 거의 그림자로 전락해버린 꼴이다.

군수 앞에서는 소신을 제대로 피력하는 군민이 없다. 농민교육장에 왔는데 군수의 인사말이 너무 길어서 전문강사의 강의시간이 줄어 주객이 전도됐는데도,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군수이기 때문이다. 예산을 편성해서 집행하는 사람이 군수이기 때문이다. 각종 보조금을 군수가 지급하기 때문이다. 삐딱하게 보였다간 정정당당하게 순위가 되어도 자신이 낙점될지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거주 인구 겨우 3만명 남짓한 보은의 지역민주주의는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민주주의를 견인하는 세력은 지역신문, 의회, 시민단체일 수 있지만, 기초의회도 아니고, 시민단체도 아니고 지역신문이다. 기초의회는 정당공천제가 된 후 집행부 견제감시와 지역민주주의 견인이 약해졌다.

시민단체도 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거나 용역을 체결하는 각종 사업, 행사가 많아지면서 지방정부와 불편관계가 되는 것을 꺼린다. 현실에 안주한다. 예전처럼 지역사회 이슈나 현안에 무뎌지고 있다. 원론적인 내용으로 성명서 정도내면 다행이다.

남은 건 지역신문이다. 사실 지역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발전시키는 역할은 지역신문이 했다고 자인한다. 오만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한 것은 본보가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서에 고소하거나 신고할 것, 행정당국에 호소할 것도 본사에 제보로 이어지는 것도 그 때문일 수 있다.

본보는 주눅 들어 할 말 못하는 힘없는 군민들이 자신의 심경을 최소한으로라도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돼 주기 위해 문을 열어둔 매체다.

권력을 비판하고 기댈 곳 없는 약자들을 보호하는 보은사람들이 권력층의 훼방이 있어도 바른 언론으로 제 목소리를 내고 지역을 지키며 건강한 언론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자들의 한결같은 신뢰와 지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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