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신축 갈등, 예견된 일이었다
축사신축 갈등, 예견된 일이었다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8.09.06 08:58
  • 호수 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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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은군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안이들 축사밀집' 사건이 발단이 돼 지난해 5월 '보은군 가축제한조례'가 개정됐다. 그러나 조례개정이 보은읍 중심지와 학림-신함 동안이들, 속리산 관광특구 등 일부만 강화되고, 주거지역으로부터 이격거리 제한은 소폭 개정함에 그쳤다.

동안이들 축사밀집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2월, 정상혁 군수는 주민간담회를 통해 '주거지역으로부터 500m, 축사간 이격거리 200m로 조례강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여러 회의절차를 걸치면서 주거지역에서 축사 제한거리가 500m에서 150m로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제한거리가 대폭 축소됨에 있어 보은읍을 제외한 면지역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지적된 바 있다. 당시 군은 면지역과 주민의견 수렴을 더 거친 후에 최종 조례개정안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보은읍 중심지와 동안이들, 속리산 관광특구 등만이 축사 신축의 제한을 받고 나머지 지역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개정 이전 주거지역과의 거리제한이 100m에서 150m로 별 차이없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은읍 중심지와 속리산면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으로 축사 신축이 몰리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또 당시 축사 신축과 관련해 관련 법령 문제와 동시에 주민동의절차에 대한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당시 군은 주민동의절차를 법으로 강제화할 수는 없지만 해당 마을주민과의 협의절차에 대해 사전 안내하고 주민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행정상 문제가 없으면 주변여건이 고려되지 않고 허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삼승면 우진리와 달산리는 사과재배단지가 밀집해 있고 보은군이 2020년까지 엔비사과단지 100ha 조성해 새로운 농업소득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특수시책 사업으로 정하고 엔비사과단지 조성에만 14억원을 편성했다. 이에 발맞춰 농민들은 벼재배에서 엔비사과로 작목변경을 위해 교육을 받고 신청절차에 들어갔지만 축사신축으로 커다란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우진리 축사 신축 과정에 주민협의는 단 한차례 열린 적도 없고, 달산리 주민들은 당초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최근 도시에서 혐오시설인 폐기물 처리공장이 보은으로 속속들이 몰리고 있고, 음식물 쓰레기가 보은 곳곳에 매립되고 있다. 또 군내에서도 기피시설이 외곽 면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문화시설이나 선호시설은 도시와 읍내 중심지에 집중되면서 혐오 또는 기피시설이 외곽지역 시골마을로 몰리는 것에 대해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지자체가 책임면하기에 급급하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지자체로써의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없다고 보여진다.

세상에는 법으로 규정되지 않는 수만가지의 생활민원이 발생한다. 모든 것이 법으로 해결될 것 같으면 단순 행정기관과 사법기관만 있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란 단순 행정업무가 아닌 주민밀착 생활정치를 총괄하는 것으로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마다 '법타령'이 아닌 조정과 화해, 협력으로 상호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현행법상 어쩔 수 없으니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는 말로 지자체가 해야할 역할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젊은층이 없고 민원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린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시골마을에서 각개전투로 문제해결하다가 자칫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마을마다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아닌, 행정기관의 법령타령이 아닌 사회적 합의기구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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