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길
엄마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길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8.08.29 19:44
  • 호수 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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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기 아동이 아닌 영유아 엄마들이 보은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영유아 시기에는 엄마가 잠시도 아이곁을 떠나도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통에 집안살림까지 해야하는 엄마들은 힘들기만 하다. 밤에도 여러번 깨기를 반복, 둘째 아이까지 태어나면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다.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2~30대 젊은 엄마들은 쩔쩔매기 일쑤이고, 젊은 아빠들의 월급봉투는 아직 사회·경제적 기반이 잡히지 않아 가볍기만 하다.

집안에서 아이와 하루종일 씨름하다가 아빠가 돌아오기만 기다렸지만 서로 피곤한 부부는 곧잘 부부싸움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싸움 뒤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신의 아이에게 퍼붓게 되는 현실이 싫어 엄마들은 대부분 참고 넘어간다. 그렇게 혼자 집안에 갇혀서 이시기의 엄마들 열의 아홉은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실제 몇 년전 보은에는 두아이와 남편을 두고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일도 있다. 남일이 아닌 모든 엄마들이 일이었다.

불행히도 부모들이 모두 서툴기만 한 이 시기의 아이는 앞으로 긴 생애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기초능력(몸과 마음)이 가장 크게 성장하는 시기이다. 이시기에 조화로운 발달이 이뤄지지 않으면 되돌리기는 데에 영유아기의 몇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영유아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자는 부모이지만 대부분의 경험자들은 이시기에 가장 많이 싸웠다고 한다.

육아부담, 시댁갈등, 남편의 적은 봉투 등.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아이를 위한 사회적 돌봄은 적고 가정의 몫이 너무 크다.

그러나 영유아 부모들의 목소리는 보은 지역사회에서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다.

엄마들이 바깥생활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집과 마트 외에는 갈 곳이라고는 없는 보은이다. 혹자는 세조길도 있고 가까운 미동산수목원도 있는데 부모들의 노력이 부족한건 아닌가?하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유모차를 타는 시기를 모르고 육아를 전혀 하지 않았던 남자들의 입에서나 나올 수 있는 소리다. 또 유모차를 타는 큰 아이와 함께 둘째까지 아기띠를 메고 다닐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주말 졸라졸라 외출해도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곧잘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아빠가 주말에 쉬지 못하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무엇보다 5일은 엄마 몫이다. 육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에 엄마들이 갈 곳이 없다. 작은 사랑방이라도 있으면 한두시간 공동육아를 하면서 아이도 엄마도 쉬면서 정보를 나누고 함께 고달픔을 위로해줄 수 있으련만 보은은 그런 기반이 없다. 또 놀이터가 없어 엄마들은 집안일 하는 동안 아이에게 가장 안좋다는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도시보다 훌륭한 생태자연환경을 갖추고도 그보다 못한 육아를 하고 있는 보은맘들. 도시는 공원과 놀이터, 물놀이장,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등산로, 문화시설, 편리한 대중교통 등 육아 편의가 잘 돼 있다. 그럼에도 아우성인데, 시골 우리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아무리 외쳐도 귀기울이지 않는다.

보은 육아맘 토론회가 있었던 27일은 큰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아기띠를 메고 비오는 날 참석할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었지만, 간절함이 빗속을 뚫고 토론회에 참여하게 했다. 그 엄마는 보채는 아이 때문에 단 한번도 앉지도 못하고 함께 했다.

토론회에 20명의 엄마가 참여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중 영아의 엄마는 1명, 나머지는 그래도 육아부담을 어느정도 극복한 유치원 단계의 엄마들이었다. 대신 영아 엄마들은 보은맘 밴드와 카톡, 문자 등으로 사전의견을 제출했다. 또 어려움 속에서도 참석하려던 많은 엄마들이 갑자기 변경된 일정으로 '임신중인데 배가 갑자기 당겨서, 비속에 유모차 끌고 아기띠 메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직장맘인데 눈치가 보여 시간을 빼지 못해서, 아이가 갑자기 열감기가 나서...' 너무나 안타까운 목소리였다.

학년기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 간담회, 회의 등을 통해 의견제출의 기회가 많고,  보은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지만, 너무나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영유아 엄마들에게는 그런 창구가 전혀 없다.

관계기관이 참여한 자리, 조금은 경직된 자리에서 엄마들의 작은 목소리, 떨리는 목소리의 간절함에 귀기울이는 지역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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