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순 회장이 긴머리 싹둑 자른 이유
이종순 회장이 긴머리 싹둑 자른 이유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08.23 09:37
  • 호수 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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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자위해 모발 기부, 벌써 두 번째
▲ 모발 기부 전 긴 생머리일 때의 이종순씨 모습이다.

남자들도 그렇지만 여자의 용모에서 헤어스타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단발, 숏 커트, 긴 머리 등 머리카락 길이에 따른 차이도 있고 또 앞머리를 내리느냐, 아니면 머리를 없애 이마를 보이느냐에 따라서도 인상의 차이가 느껴진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영 맘에 들지 않으면 그 머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기분이 나지 않아서 사람만나는 것조차 꺼릴 정도다. 그 정도로 여자들에게 머리는 참 민감하다.

얼마 전 아는 학부모, 이종순(49, 보은우체국) 보은고학부모회장을 만났다. 어딘가 변했는데 뭐지?…. 바로 머리였다. 긴 생머리를 자랑했던 그녀는 단발로 싹둑 자른 모습이었다.

긴 머리였던 그녀의 얼굴을 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군내 학부모연합회가 군수 후보자들에게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 입안을 요구하는 매니페스토 활동에서 봤으니 2개월 정도 됐나보다. 그때는 윤기가 흐르는 흑색의 모발이 거의 허리춤까지 내려왔었다. 세련미 보다는 청순미가 있는 모습이었는데 단발로 싹둑 잘려져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지? 궁금했다.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흔히 긴머리의 여자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면 사람들은 심경에 무슨 변화가 있는 것으로 단정하고 캐묻는 버릇도 질문하는데 한몫했다.

그런데 흔히 듣지 못하는 답변을 들었다.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했다는 것이다.

머리카락 기부? 들어보긴 했지만 내 주변 가까이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텔레비전, 잡지 속에서나 소개되는 인물인줄만 알았는데 내 주변, 그것도 코앞에 있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종순씨가 기부한 모발은 약 30㎝ 정도 됐는데 모발기부는 최소 길이 25㎝이상은 돼야 한다. 머리를 기르는 동안 제한이 상당하다. 약품처리, 즉 염색을 해서는 안되고 파마도 하면 안된다. 생머리 소유자들이 찰랑찰랑한 머릴 위해 흔히 하는 스트레이트파마도 허용되지 않는다. 오롯이 생긴 그대로 머리를 길러야만 한다.

긴 생머리를 해본 사람은 느꼈겠지만 머리카락이 잘 자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느 정도 자라면 잘 자라지 않는다. 25㎝ 이상 기르려면 정말 미련스럽게 그냥 놔둬야 한다.

이종순씨는 길이 25㎝이상 기르는데 소요되는 2년동안 염색도 못하고 미련스럽게 그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길러낸 모발기부를 두 번이나 했다. 흰머리기 생기기 전까지는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한다.

모발기부로 알게 된 이종순씨의 기부활동은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었다. 어린이재단,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백혈병어린이재단, 행복씨앗에 후원금을 내거나 물품을 후원하는 등 기부활동을 하고 있었다. 보은고등학교에는 후학을 위한 장학금을 기부했는데 그 금액도 상당하다.

이종순씨는 "불혹의 나이가 되면 나눔, 기부를 행동으로 옮기면서 살아야지 스스로 약속하고 조금씩, 조금씩 실천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특히 정기적으로 한다는 것은 정말 더 어려운 것 같다는 것을 매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 기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은 있어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아름다운 머리천사 이종순씨의 소리 소문없는 선행을 받은 사람들은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용기, 힘까지 갖는다.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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