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장이 뭐 길래
물놀이장이 뭐 길래
  • 편집부
  • 승인 2018.08.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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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재

지방소멸 경고가 또 나왔군요. 한국고용정보원이 13일 공개한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의하면 충북도내에서는 괴산군(0.219), 보은군(0.227), 단양군(0.268), 영동군(0.287), 옥천군(0.302) 등 5곳은 소멸고위험지수 0.2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인한 '소멸위험'이 최근 5년 사이 더욱 가속화 됐다는 것입니다.

이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 저출산 극복을 결정짓는 두 가지 요인, 즉 사회·문화적으로 양성평등의 기반이 조성되어 있는가 여부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및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라는 것과 자녀비용 경감, 보육환경 개선 등을 말씀 드렸습니다. 

출산보조금 몇 푼으로 낚시 밥을 던질 것이 아니라, 여성이 경제활동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 엄마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된다고 말씀 드리면서, 문제가 된 어린이 물놀이장은 하찮은 것 같지만 인구절벽시대를 헤쳐 나가는 상징적 사업이라는 취지의 말씀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김선봉 보은사람들 기자의 "보은에도 물놀장이 있었으면-증평 보강천 물놀이장 체험기(7월 14일, 8월 4일)"를 보면서 111년만의 폭염 못잖게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올 여름 계속 된 찜통더위에 부모와 아이들은 증평 물놀이장이 부럽기만 했다"로 시작된 기사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보은군과 증평군을 비교했고, 이어 "무엇보다 증평군청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졌다"면서, 예상치 못한 무더위에 당초보다 연장하여 물놀이장을 개장하는가하면 그늘막이라든지 화장실 관리와 안전운영 등 주민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눈여겨 살피고 있습니다. 끝으로 "보은에는 이런 시설이 불가능할까?" 묻고 나서, 승용차가 없는 외벌이 가정의 엄마들이 '가까운 곳에 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유아와 청소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안전한 물놀이장이 절실하다.'고 하였습니다.

필자는 지난 1월 본 란 '집토끼 산토끼' 글에서, 우리 아이에게 물놀이장을 달라고 외쳐야 한다면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써 왜 물놀이장을 요구하는지 따져 말해야 한다고도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외침이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 의견을 제시하고 관철할 통로가 없었던 걸까요. 때마침 청주시의회에서 초선의원 5인이 '의원재량사업비'를 반대하며 받지 않겠다는 신선한 외침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주민참여예산제도가 거론되었지요.

다 아시는 것처럼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자치단체가 독점적으로 행사해 왔던 예산 편성권을 지역 주민들이 함께 행사하는 것으로, 관료 및 집행부 주도의 예산 편성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예산 편성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참여 민주주의 또는 직접 민주주의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제도적 장치라고 하죠.

그래서 찾아보았더니, '보은군주민참여예산제운영 조례'에 주민참여를 제한하는 요소가 엿보였습니다. 행정자치부가 제시한 <모델안 2> OO군 주민참여예산제운영조례 모델안 제12조(위원회 구성) ②의 2 '위원회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으로서 공개 모집 절차에 의해 선발된 자' 조항이 빠져있고, 실·과장 4인을 당연직으로, 또 위원장을 호선하는 것이 아니라 부군수 당연직으로 한 것입니다. 군수가 위촉하는 위원은 △읍장·면장의 추천을 받은 지역대표 △재정, 예산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자 △사회단체, 직능단체의 추천을 받은 자로 국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웃 옥천군의 경우를 보면 '읍·면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에서 추천한 자와 본 위원회의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으로서 공개모집절차에 의해 선정 된 자 중에서 군수가 위촉하며, 군수가 위원을 위촉할 때는 미리 선정기준 및 모집기간 등을 공고하고, 선정기준에 따라 위촉하여야 되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토록 돼 있습니다. 당연직은 아예 없습니다. 어느 것이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취지에 맞는 것일까요.

어쩌면 물놀이장은 내년 여름에도 즐기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기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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