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서울시 은평구 숲동이 놀이터 & 물푸레 북카페
⑤ 서울시 은평구 숲동이 놀이터 & 물푸레 북카페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8.08.09 09:08
  • 호수 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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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놀이터에서 지식보다 감수성을 …
▲ 숲동이 놀이터 아이들은 흙과 나무, 돌맹이, 작은풀, 꽃 등 숲속 모든 구성체가 아이들의 놀잇감이 되고 놀이터가 된다. 숲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는 주거와 문화, 상업시설이 복합된 미래형 주거단지로 서울시가 2004년부터 새롭게 조성한 단지이다.

은평구에 들어선 순간, 마치 유럽의 작은 도시를 방문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잘 조성된 도심속 숲속공원, 디자인이 각기 다른 아파트들, 초고층 아파트는 없었으며 아파트마다 특색있는 발코니. 마치 각자의 개성을 지닌 듯 아파트의 모습이 자유로와 보인다. 우리가 만난 공동육아품앗이 '숲동이 놀이터'와 '물푸레 북카페'처럼 말이다.

#숲속 비밀공간으로 들어가다

숲동이 놀이터는 3살에서 7살까지 자녀를 둔 8명의 생태보전시민모임 회원 엄마들이 '지식보다는 감수성을 키워주기'에 공감하는 엄마들이 모여 숲속 자연과 함께 생태교육, 자연놀이를 통해 2009년부터 공동육아품앗이의  역사가 시작됐다.

숲동이 놀이터 1기이자 창립주요 활동멤버인 버들님은 "처음엔 엄마들이 너무나 열성적이었죠(웃음)" 그녀는 잠시 10년을 회상하는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정에 맞춰 수업짜임대로 산을 찾아다니며 숲속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 엄마들은 쉼없이 달렸다. 엄마들이 지칠 정도의 강행군이었음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지금 10년이 지난 후에는 자리가 잡혀있고, 계절별로 주제별로 다양한 커리큘럼, 그리고 후배엄마들이 저희 때보다 훨씬 창의적으로 잘하기도 하구요" 숲동이 놀이터를 졸업하는 엄마들은 다음 차기 회원을 모집해주고 기초안내를 해주면 완전 졸업이다. 그다음은 엄마들이 자신들의 기수만의 색다른 숲속놀이가 시작된다.

#계절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

숲동이 놀이터 아이들은 계절과 함께 성장한다. 4계절 놀이가 따로따로 진행되고 노래와 동화, 만들기와 그리기 등 여느 유치원에서 하는 수업과정에 유사한 점도 있지만 텃밭가꾸기와 생태교육만큼은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은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흙과 나무, 돌맹이, 작은풀, 꽃... 숲속 모든 구성체가 아이들의 놀잇감이 되고 놀이터가 된다.

'흐르다'라는 말을 숲속 개울에 발음 담그고 흐르는 물에 의해 간지럼을 느끼며 아이들은 흐르다라는 말을 배운다.

'높다' 책이나 그림이 아닌 작은 나무에 올가가 봄으로서 높다를 오감으로 배운다.

거미줄에서 줄의 개념을, 애벌레를 보고 느리다라는 개념을, 숲속 모든 것이 아이들의 상상언어가 시작되고 머리로 입으로 배우는 말이 아닌, 빛깔과 냄새, 바람의 느낌, 맛, 소리의 오감을 넘어 느낌까지 더하는 그야말로 온몸으로 배운다.

그리기 수업은 흙은 물에 개어 나무에 눈과 코 입을 붙여 창의적 그림그리기를 하는가 하면, 조약돌과 솔잎, 단풍잎, 은행잎으로 땅에 커다란 원을 그리고 만다라를 만든다.

나무 한가지 주제와 재료만으로도 수만가지 활동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숲속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장이요 놀이터요 엄마와 친구들, 때로는 가족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공동체의 장이기도 했다.

# 숲동이 놀이터에서 물푸레 북카페가 탄생하다.

"몇년을 엄마들과 숲속에서 함께 놀다보니 어느덧 학교에 입학하게 됐죠. 이제는 뭐하고 놀지?라는 엄마들의 고민이 시작됐죠" 때마침 SH공사에서 공간을 지원하고 북카페를 운영하는 단체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해보자" 엄마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물푸레 카페가 위치한 곳은 은평구 진관동 아파트 단지 안에 비밀의 숲처럼 숨어 있다.

'여성이 행복한 공간'이란 문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문구처럼 카페 한켠에서는 엄마들이 뜨개질을 배우며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고, 옆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보드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소꿉놀이로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는다.

뿐만 아니다. 친환경과 유기농 좋은 재료로 만든 다양한 간식과 식사류가 월별 식단으로 준비돼 있다.

"물푸레를 오는 아이들은 누구누구의 아이. 모두가 알고 있죠" 때문에 엄마가 아이와 함께 동행할 필요도 없이 초등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물푸레에 들러 간식을 먹고 부모님의 퇴근시간까지 또는 학원갈 때까지 친구들과 편안한 휴식을 취하곤 한다.

엄마와 아이들, 편안하게 커피를 즐기러 온 사람들, 누구하나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한다.

#물푸레가 하는 일

숲동이 놀이터가 유아기의 아이들 공동육아를 집중하는 반면 물푸레 카페는 마을학교와 같은 지역공동체 활동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취미교양 강좌와 인문학 강좌, 벼룩시장, 방과후 돌봄, 지역사회와 나누기, 전시 공연 등 정기적 활동이 연중 진행된다. 특히 생일파티와 가족모임 등은 물론 분야별 동아리 활동도 활발히 진행된다.

일반적 취미교양 외에도 눈의 띄는 강좌로 어른들의 '막막한 고전읽기', 청소년들을 위한 '만만한 고전읽기'가 들어왔으며 '형이랑 체스하자', '언니랑 영어놀이하자' 등의 청소년 재능기부활동,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는 카페는 각자의 머그컵이 있고 미처 준비가 안됐을 때에는 텀블러로 일시적 대여는 가능하지만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또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은 '캔들데이'라 해 문화마당을 열며 전등을 모두 끄고 에너지와 생태교육을 말이 아닌 작은 실천으로 함께 나누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숲동이 놀이터, 물푸레 북카페는 결국 지역공동체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해가 거듭할수록 엄마들이 물푸레로 모이고 다양한 지역모임이 건강한 가족을 만들고 행복한 은평마을을 만드는 것 같아요. 우리동네에서 행복하게 성장한 아이들이 미래도 행복하지 않을까요?"라며 그녀는 웃어보였다.

김선봉·김경순·박옥길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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