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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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8.07.2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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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판동초 교사)

최근 중세 아서왕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고 감흥을 느꼈습니다. 그 중 인상적인 대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인간의 정신에 너무 일찍 지식의 짐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카스파 하우저(열일곱 살까지 세상을 모른 채 격리되어 길러진 사람. 풀려진 후 2년 뒤 라틴어를 배워 줄리어스 시저를 번역하며 엄청난 속도의 배움과 기억력을 보여줌)의 경우가 보여주듯, 더 강하게 성장한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종종 인생에서는 아무런 특별한 의도 없이 말해진 우연한 말 한마디가 전혀 예기치 않았으면서도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하는 말의 영향을 우리가 미리 알지 못하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일 겁니다.' '만일 인간이 물리적 물질이고, 일종의 복잡한 기계일 뿐이라면, 선과 악의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기계에는 도덕의 문제가 없으니까 말입니다. 만일 우리가 순수한 정신일 뿐이라면 선과 악의 문제는 역시 없을 겁니다. 우리는 어떤 악의 가능성도 없이 선할 테니까요. 하지만 영혼을 지닌 우리는 정신과 물질 사이에 서 있고 도덕적인 판단과 마주합니다. 의식의 마음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올바른 것을 행하고자 하지만, 우리의 잠재의식은 선한 도덕적 의도를 훼방 놓는 충동과 부추김을 내보냅니다.' '자유롭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내적 존재로서 행동하는 것이므로, 그(관습에 따라 행동했던 주인공)는 자유로운 인간이 되지 못할 터이며 관습의 노예가 될 것입니다. 자유롭지 않다는 것, 관습의 노예가 된다는 것, 그것은 저주입니다.' '중세시대 사람은 신의 이름 속에서 따뜻함과 위안을 느끼게 하는 본능을 물려받았습니다. 14, 15세기 이후 사람들이 과학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신에게서 확신을 찾던 본능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낯선 세상에서 어리둥절해졌고, 탐험을 시작했으며 선택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우리 시대는 신도 종교도 없는데(중세 신앙의 시대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은 연민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훨씬 더 크게 느낍니다. 오래된 본능(신의 이름 속에서 따뜻함과 위안을 느끼던)이 죽어서 사라진 이래로 우리는 자유뿐만 아니라 연민 또한 얻었습니다.' 다소 특이해 보이는 이 소설은 '파르치팔과 성배 찾기'입니다.

강환욱(판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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