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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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8.07.25 22:43
  • 호수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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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철(아동문학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몇 달 동안 겪었다. 선거라는 것이 인간이 만들은 훌륭한 제도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로 인한 문제점 또한 많았다. 어째든 긍정적인 면에서 보면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몇 달 동안 심신이 지쳐있어서 그랬는지, 나는 그곳에서 빨리 빠져나와 내 영혼과 육체를 푹 쉬게 하고 싶었다.

연초부터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준비를 하였다. 우선 가 보고 싶은 나라를 나열한 후 건강과 경제적인 여건을 감안하여 고민 고민하다 결정한 것이 북유럽이다. 전부터 가고는 싶었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 늘 망설이던 곳이다. 다행이 아내의 건강도 좋고 아들까지 여행에 합류하기로 해서 여간 마음이 든든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까? 여행준비를 하는 시간 내내 마음은 구름을 위를 걷고 있었다.

처음에는 여행기간을 보름정도 계획하였으나 아들의 직장 문제로 열흘로 축소했다. 안타깝게도 며느리는 임신 중이고 딸은 아이가 너무 어려 금번 여행에는 함께 하지 못했다. 앞으로 당분간 온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여행은 힘들 것 같다.

북유럽 여행은 서유럽이나 동유럽과 확연히 달랐다. 동, 서유럽이 성당, 도시, 성 위주의 관광이라면, 북유럽은 깨끗한 자연환경과 자연의 신비를 느끼고 체험하는 여행이다. 밤이 없는 백야, 빙하가 녹아서 떨어지는 맑은 폭포수와 호수 그리고 고원지대의 다양한 꽃들과 이끼류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생하다. 어디 그뿐인가, 깊이와 길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수많은 피요르드를 선상에서 보고 있노라면 내가 어느 사이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이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이번 겨울에 다시 가서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오로라며 백설로 덥힌 산타크로스 마을을 방문하고 싶다.

경제 사회를 공부할 때마다 북유럽은 국민소득이 높고 사회복지가 잘 된 나라로 배웠다. 그리고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아 다른 나라의 선망이 되는 국가들이다. 비록 젊었을 때는 높은 세율로 고액소득자나 저 소득자 모두가 힘이 들지만 노후가 보장되어 천국과 같은 나라들이다. 그러나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그들도 출생률이 낮아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길을 걷다보면 많은 아버지들이 유모차를 끌고 한가롭게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는 사실이다.

각 국을 다닐 때마다 현지 가이드가 나와 그 나라의 역사며 생활환경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같이 간 일행 중에는 호기심이 많으신 분이 있어 시간만 나면 이것저것을 묻는다. 가이드에게는 성가신 일이겠지만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역시 한국인은 어디를 가도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저는 미국 유학 중에 스웨덴 청년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여 이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보아도 이곳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공부하고 싶으면 돈 없이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고, 병이 걸려도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입니다. 여러분이 보셨겠지만 자연환경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정말 천국과 같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도 대한민국이 그립습니다. 좁은 땅, 4계절이 있는 나라, 부지런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대한민국이 저는 이곳보다 더 좋습니다." 헤어질 때 차 앞에서 차분히 말하던 가이드의 말이 지금도 내 귀에 여운을 남기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고국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면 아직도 그 나라에 동화되지 못한 탓일까? 열대야 속에서 열심히 그 해답을 찾아본다.

류영철(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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