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이 넘치는 수한면 질신1리 주민들
인정이 넘치는 수한면 질신1리 주민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07.18 23:44
  • 호수 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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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환을 겪는 이웃 주민의 농사도 직접 지어
▲ 우환으로 아픔을 겪는 이웃 주민을 위해 농사일을 돕고 있는 질신리 노인회, 청년회, 부인회 회원들의 모습이다.

수한면 질신1리(이장 채수호). 폐기물공장에서 나오는 악취로 인해 고통을 겪는 마을, 더 이상은 못참겠다며 환경오염에 노출된 마을을 지키기 위해 엄동설한에도 집회를 불사한 마을. 혹시 질신1리를 이렇게만 생각하고 있다면 이 마을 주민을 모르는 것이다.

알고보면 수한면 질신1리 주민들 마음의 속살은 정말 아름답고 인정이 넘치는 마을이다.

20여가구 30여명의 주민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해발 300고지의 수한면 질고지 사람들은 요즘 내 농사 짓기도 힘든 어르신까지 나서서 내 농사 뿐만 아니라 넘의 농사를 짓느라 삼복더위가 무색하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마을 채수호 이장이 가정의 우환으로 농작물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동네 고령의 어르신들이 두손 걷어부치고 들로 나섰다. 6, 70년대 성행했다가 거의 사라진 두레 풍습이 21세기 현대판으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청년회(회장 최준기)와 부인회 회원들이 "이장님 농작물을 틈틈이 돌보자"고 의기투합, 지난 4월 600여평의 대추과원에서 순지르기로 두레가 시작됐다.

농사가 끝이 없는 과정이고 넓은 밭의 풀을 제거해 이제 끝이다 하고 돌아서면 저만치서 벌써 풀이 쑥쑥 자라나고 있는 것이 영농현장인데 맘대로 하지 못하는 채수호 이장의 마음은 타들어 갔을 것이다.

고맙게도 이런 채 이장의 마음을 읽은 청년회원들이 대추순지르기를 하고 나니 800여평 밭에 심은 율무는 잎을 잘라야 할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고, 300여평에 심은 감자는 가뭄에 배배돌아가 감자알이 제대로 맺힐지 걱정될 정도였다. 보다못한 영농경력 5, 60년 이상된 고령의 노인회원들이 청년회원들과 함께 무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낫, 호미를 들고 들로 나왔다.

청년회원들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노인회원들의 잰 손놀림을 보고 놀란 청년회원들도 부지런히 기계를 작동해 농작업을 이어갔다.

모든 주민들은 채수호 이장의 가정에 드리워진 우환을 극복, 다시 밝은 미소를 찾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영농을 도왔다.

율무가지가 잘 벌도록 위해 잎을 자르니 가뭄 속에도 쑥쑥 잘 자라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지난 7월 12일에는 가뭄 속에서도 300여평에서 그런대로 잘 자란 씨알 굵은 감자를 수확했다. 주인이 아닌 넘이 지은 것이라 혹시나 "수확량이 적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감자들도 알았는지 평년작 정도는 됐다. 주민들이 나서서 수확한 감자는 이날 대전공판장에 출하까지 마쳐 채수호 이장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동네 주민들은 절대로 기사로 옮길 일이 아니라며 신문에 보도되는 것을 극구 사양했다. 설득에 설득을 해서 "그럼 알아서 하세요" 라는 반 승낙을 얻어 보도하지만 동네 주민들은 겸손한 마음을 거두지 않았다.

채수호 이장은 동네 주민들에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어요. 날도 뜨겁고 인력이 없어서 내 일 하기도 어렵고 또 대부분 고령이라 힘든데 누가 남의 농사까지 해주겠어요. 정말 우리동네 주민 같은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요."라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멈추지 않았다.

질고지 주민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 이 동네 농산물은 다른 동네 것보다 품질이 훨씬 좋을 것임은 분명하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릴 듣고 자란다고 했다. 아름다운 마음씨 인정어린 질고지 주민들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채수호 이장의 농작물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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