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주부, 봉사원 활동으로도 하루해가 짧을 정도예요"
"할머니, 주부, 봉사원 활동으로도 하루해가 짧을 정도예요"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07.11 23:26
  • 호수 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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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민으로 돌아간 고은자 전 군의장
 

보은군 최초 여성 군의원, 보은군 최초 여성 군의장이라는 어마 무시한 기록을 갖고 있는 전고은자 보은군의회 의장. 평범한 자연인으로 돌아간지 2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 선출직 출마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그녀에게 많은 군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가장 정점의 위치에서 내려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러남의 용기, 내려놓는 용기를 가진 그녀가 진정 강하고 아름답다.

선출직 공직자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 그녀는 이제 카메라의 사각에 서 있다. 항상 뉴스의 초점을 받았다가 무관심(?)으로 인해 혹여 서운함, 상실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아직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동안이라도 생활의 변화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공직자에서 물러난 고은자 전 보은군의회 의장을 만났다. 진짜 평범한 삶은 어떨까?

지난 7월 2일 급하게 인터뷰 계획을 설명하고 자리를 마주하고 앉았는데 고은자 전 군의장의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냉장고에 케이크 있어요, 그거 주면 돼요."

기자랑 만날 약속을 정하고 외출을 했는데 남편(유재철)에게서 전화가 온 모양이다. 전화내용을 보니 손녀가 먹을 것달라고 칭얼거리는가 보다. 직장맘인 딸의 자녀를 돌보는 영락없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상이 연상되는 대화내용이다. 친근하다. 군의회 의장에서 내려온 그녀에게서 할머니, 주부의 모습이 느껴졌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의장에서 물러나고 모든 공직에서 떠난 후 허전 할 것 같았는데 그래도 바쁘더라구요.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들 식사준비하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남편 챙겨주고 하다보면 어느새 오전 시간이 다가요. 그리고 오후에는 직장에 다니는 딸이 퇴근할 때까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손녀 씻기고 간식 먹이고, 저녁먹이고 있다 보면 또 오후가 다가고 그렇더라구요. 그냥 여늬 가정주부, 보통의 아줌마로 생활하고 있는데 그동안 가족들에게 받기만 했던 것을 이제야 보상아닌 보상을 해주고 있죠. 재미있어요.

최초 여성 군의원, 최초 여성 군의장을 지내셨는데 지난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를 말씀해주세요

^처음 선출직 공직자가 된 게 2006년이예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군의회에 입성했는데 처음엔, 사실 멋모르고 의회에 들어갔죠, 그동안 정치의 문은 남성들에게만 열려있고 여성들이 진출하는 곳이 아닌 곳처럼 돼 있었잖아요 전부 남성들이고. 당시 여성의원이 저 혼자여서 나름 어려운 점도 있어서 여성 의원 한 명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도 동료 의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의정활동을 잘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 7대 의회에서 의장을 했는데 의장은 군의회 전반적인 기능이 잘 수행되도록 역할을 해야하고 의원간 가교역할도 잘 해야 하잖아요. 내 입장만, 내 욕심만 낼 수 있는 자리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어려운 자리인 것 같구요. 특히 지난 7대 의회 후반기에는 과정에서 힘든 점이 없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마무리는 잘 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군민들의 성원 덕분에 의정활동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어요.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8년간 의정활동을 하셨습니다. 보람도 많으시겠지요?

^제가 처음 군의회에 입성한 후 여성들의 군의회 진출 길을 열어놓은 것이 가장 큰보람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7대 의회에는 여성의원 3명이 진출했죠. 모두 일욕심이 많고 열심히 했고 의정활동에서도 두각을 보였다고 봐요. 정당과 관계없이 여성의원들이 열심히 의정활동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여성들이 보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업무를 살피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또 도의원도 그동안은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는데 이번에는 하유정 의원이 보은군 최초 여성 도의회에 진출했어요. 그것만 봐도 여성들의 활약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밀실행정, 밀실행정 했었는데 의회가 활성화되면서 그런 면이 많이 보완이 된 것 같아요.

이번 군의원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은 있고 지역구에 여성의원이 나올법도 한데 그게 없어서 아쉽긴 해요, 여성들도 지역구에 출마해서 당당히 입성하면 좋겠어요.

성과도 있겠지만 아쉬운 점도 물론 있으셨겠죠?

^의회 입성하기 전부터 저는 봉사분야 특히 복지쪽에서 일했기 때문에 복지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복지분야에서의 활동을 많이 했는데 아동교육과 여성복지, 어르신 복지에 관심을 기울였죠

어른신 관련 특히, 홀몸어르신에 대한 관심을 갖고 활동해서 그 분야 조례 제정이나 개정에 집중했어요. 홀몸어르신 공동거주시설 조례 제정도 그래서 나왔고 모유시설 조성 관련 조례도 그래서 나온 거죠. 또 급식지원센터 조례제정도 그렇구요.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것도 있어요. 여성, 아동분야에서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보은군은 인구가 적고 특히 아이가 없기 때문에.

급식지원센터 설치도 그로 인한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많았어요. 급식지원센터가 아이들 급식지도하는 것이고 지역의 먹거리를 연결해주는 것이고 시설을 도와주기 위한 것인데 이해부족으로 인해 처음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감독을 하는 기관으로 생각한 시설에서 시어머니 하나 더 생긴다고 오해한 것이죠. 그래서 지금도 지역아동센터는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타 시군도 처음엔 그랬던가봐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좋은 쪽으로 업무가 진행되니까 지금은 급식지원센터 업무가 확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선배 의원, 선배 의장으로서 8대 의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의원생활과 정당생활을 구분하면 좋겠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 지난 7대 의회에서도 아쉬운 게 그 부분이예요. 선거때는 군민만 바라보겠다고 하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하는데 들어가서는 그게 아니게 되는 것이죠.

재삼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의정활동과 정당활동을 구분하고 또 휘둘리지 말고, 선거때 군민들에게 약속했던 그 자세를 견지하면서, 초심잃지 말고 군민만 바라보고 일을 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은 정당공천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보은군 같이 인구가 적은 지역은 정당공천의 폐해가 더 심각하니까. 이것은 저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고 많은 군민들도 공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평범한 주민이 되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의원생활을 접은 후 사회활동 첫 시작은 대원적십자 회원으로 복귀한 거예요. 지난 7월 2일 회원들에게 신고하러 왔다고 인사하고 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했는데 앞으로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매주 월요일마다 배식봉사를 할 계획이예요. 2006년 의원생활을 하면서 거의 봉사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회원들에게 죄송하죠. 앞으로도는 그동안 못한 부분까지 더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2010년 한자녀 더 갖기 운동 단체에 대한 관심이 커요. 제가 초대회장을 지냈거든요. 단체 활성화에도 관심을 가질 계획이예요. 단체에서 활동하기 위해 인구교육 관련 3급 자격증을 갖고 있어요. 3급 자격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것인데 1급은 인구교육을 할 수 있어요.  결혼, 자녀계획 등 인구교육을 할 수 있는 1급 자격공부도 하고 싶어요.

돌아보면 고마운 사람도 많아요. 그중에 가족이 제일 고맙죠. 특히 남편요. 의원생활을 하는데 남편이 돕지 않으면 어려워요.

제가 의원을 안하려고 마음 먹은 것은 맘편히 여행도 다니면서 일상을 즐기고 싶어서예요. 저희 부부가 지금 65세, 61세예요. 따지고 보면 부부가 즐겁게 내발로 다닐 시간이 많지 않다고 봐요. 앞으로 10년?, 15년? 정도일텐데 만역 또 의원이 됐다고 치면 4년을 더 의원생활에 투자해야 때문에 그만큼 평범한 일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아요. 내 가족한테 투자할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이 생각을 가족들에게 얘기하니까 가족들이 너무 좋아하는거예요. 좋아하는 가족들을 보고 정말 미안했어요.

앞으로는 여성 등 지역에서 일할 후배들 키우고 싶어요. 그리고 자유여행 계획도 세우고 취미활동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게 무척 많아요.

드럼을 배우고 싶은데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접고 다음으로 생각한게 하모니카예요. 하모니카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 가서 봉사할 수도 있고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더라구요. 열심히 배우려고 해요. 그리고 대추 따기 전 유럽쪽 여행도 가고 싶어요.

어느새 평범한 주민으로 돌아가있는 고은자 전 보은군의회 의장. 더 일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3선을 고집하지 않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물러난 그녀. 떠나는 이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준 그녀의 용단, 용기에 새삼 박수를 보낸다. 3선 욕심을 내는 대신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는 그녀에게 귀한 행운이 따르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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