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사랑 한글학교 할머니의 일기
흙사랑 한글학교 할머니의 일기
  • 편집부
  • 승인 2018.07.11 22:44
  • 호수 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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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8년 7월 7일

밤 12시부터 마늘을 손질하고 있었다. 불을 키고 일을하다보니 벌써 아침이다. 아들이 엄마 밥먹고 제가 도와드릴께요. 아들은 개수를 세고 나는 손질을 했다. 마늘과 양파가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남편이 모종을 심으로 갔기 때문에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들이 아빠 몫까지 하는 것 같다. 일하다 보니 땀이 눈으로 들어가 눈을 뜰수가 없어 수건을 차고 있다보니 물이라도 드시고 하세요하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커피와 물을 가지와 와서 드시고 하세요 한다. 그래서 물을 마시는데 눈물이 났다. 아기라고 생각했다.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엄마 제가 점심준비하면 안되요? 그래 아들이 해보겠니하고 일을 한참하고 있었다. 식사하세요. 접시에 예쁘게 담아서 가지고 왔다. 깜짝놀라 멍하고 있었다. 이제 6학년이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에 그만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엄마 왜 그래요. 너무 좋아서 그래. 일을 정신없이 했다. 그러다 보니 처마끝에 줄렁줄렁 달려있는 그 풍경이 너무나도 풍성하여 봄에 고생했던 일들은 잃어버렸다. 지금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서연식(54, 속리산 북암,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7월 8일

오늘은 올캐 생일이라고 전화가 왔다. 동생들이 청주에서 집으로와서 같이 갔다. 축협에 가서 고기를 먹었다. 올캐 얼굴이 많이 안좋아서 내마음이 안좋다. 점심을 먹고 속리산 연꽃 구경을 갔다. 사람이 많았다. 커피를 먹고 동생들이 집에 데려다 주었다. 나는 피곤해서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전갑순(74, 보은 삼산,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7월 10일

그렇게 가물어서 곡식들이 타죽도록 가물어서 태풍이라도 왔으면 했는데 비는 칠월이일날부터 오기 시작했다. 장마라고 해서 걱정을 했더니 마른 장마라서 다행이였다. 그런데 산돼지 고란이가 저녁마다 와서 돼지는 다 뒤집어 놓고 고란이는 들깨 율모만 안먹고 참깨도 먹고 가지도 다 따먹어서 나는 못따먹는다. 집에까지 들어와서 다치는데로 먹어 조진다. 그 가뭄에 애지중지하면서 물을 아침 저녁에 주면서 키워놓은걸 줄기만 남기고 정말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산에 먹을 것이 없어서 농작물 먹는다고 했는데, 고란이가 심술도 있다. 어려서 못 먹는것은 쏙쏙 뽑아놓고 그래서 나는 식전마다 애중지하면서 각궈놓은 내자식처럼 사랑하면서 키운 곡식들이 꽃피고 열매가 달이는걸 보면 정말 신기했다.

오이면 고추를 매일 다섯깨씩 따다먹고 오이는 이웃집 친구들도 논나먹고 서로서로 없는 것들을 논아 먹는다. 이웃집 할머니가 마늘을 말도 없이 한접을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임재선(75, 수한 질신,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7월 10일

오늘은 학교가서 공부를 시작하는데 윤석주선생님이 날짜를 써 놓으시는데 더위 잘 지내라 하시는 말이상하다 했더니 공부 마치고 하시는 말씀이 이제 오늘만 오고 안오신다고 한다. 일년도 더 같이 지내서 정도들고 해서 좋았는데 가신다하니 너무 서운하다. 진작 그러시면 밥이라도 한번 먹고 헤어졌으면 좋았을건데. 가신다고해서 너무 서운하다. 너무 자상하시고 똑똑하신 선생님이다. 다른나라로 가신다고 하니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길 기도해 들여야지...

이옥순(76, 보은 교사, 흙사랑한글학교)

2018년 7월 10일

오늘은 오황균 선생님이 오랜만에 오셔서 수박도 사주시고 음악도 불러주시고 재미있었다. 집에 와서 팥도 심고 빨래도 하고 집안일을 하고 나니 피곤도 했다. 그래도 학교를 다니니 재미났어요. 이 나이에 흙사랑학교에 나가 공부한다는게 감사합니다.

박동춘(80, 수한 교함, 흙사랑한글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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