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기와 읽어주기
들려주기와 읽어주기
  • 편집부
  • 승인 2018.07.11 22:30
  • 호수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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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판동초 교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읽어주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아이들은 두 가지를 전혀 다르게 여긴다고 하여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림이 예쁘고 내용이 괜찮은 그림책을 펼쳐 읽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는 읽어주기보다 훨씬 친밀하게 다가온다고 합니다. 대본을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의 상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기에 언어와 몸짓이 자유로워지면서 이야기가 개성을 지니게 됩니다.

그림책의 완성된 상에서 벗어나 내면에서 아이 자신만의 상을 창조하기에 상상력이 더욱 활발해지고 화자와 청자사이에 책이 없기에 이야기 자체를 좀 더 온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겠죠. 그렇다고 읽어주기가 무가치 한 것은 아닙니다.

요즘과 같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각종 매체에 빠져 사는 시대에 책을 읽어주거나 들려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희망을 느끼게 합니다.

그림책의 그림은 이해를 돕고, 읽어주는 과정에서의 눈 맞춤은 유대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단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무섭거나 강한 인상을 남기는 그림책은 피해야 합니다. 행복하고 희망을 주는 결말이 영혼의 양식으로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유치원 아이에게는 동일한 이야기를 반복하여 들려주는 것이 일과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초등학교 아이에게는 긴 이야기를 며칠에 걸쳐 나누어 들려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소박한 의식을 곁들이는 것도 분위기 조성에 큰 몫을 합니다. 이를테면 멋진 초에 불을 붙이고 이야기를 마치면 촛불을 끄는 것이죠. 부산의 한 학교에서 수업 참관을 했을 때 담임 선생님은 매일 아침 촛불을 켜고 신비한 종을 친 뒤에 함께 일어나 시를 낭송했습니다. 흩어져있는 영혼을 모으는 것 같았죠. 이런 의식은 정말로 시간과 공간을 연결해주는 효과가 있을지 모릅니다. 무엇이든 꾸준함이 중요하고 어려운데 이야기 들려주는 것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평화롭고 규칙적인 일상을 만드는 것 또한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들려주기 연습을 해봐야겠습니다.

강환욱(판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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