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한국의 산사
법주사, 한국의 산사
  • 편집부
  • 승인 2018.07.11 22:30
  • 호수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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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재(보은 죽전 / 충북시민재단 이사장)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란 이름으로 법주사를 비롯한 7곳 사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문화유산 13건, 자연유산 3건, 복합유산 3건을 갖게 됐습니다. 법주사와 보은군은 물론 한국불교의 크나큰 경사입니다.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법주사와 함께 등재된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는 삼국시대에 창건된 고찰로서 통일신라, 고려를 거쳐 조선 중기 이후에 가람배치가 정형화되었다죠. 산속에 위치한 사찰로서 다양하게 형성된 중심축이 주변의 계곡과 조화를 이루면서 한국 산지가람의 정형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고, 특히 스님들이 경전을 공부하는 강당이나 참선하는 선원 건축물이 있어서 한국불교는 종합수행도량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었다고 합니다. 천년이 넘도록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한 종합승원이라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은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종교적 전통을 계승한 유형문화재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수행 공간으로서의 무형적 가치를 함께 지닌 문화유산임을 공감하고 인정해 준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번에 등재된 7곳 사찰 중 법주사는 다른 어느 곳보다 아름답고 청정한 명산 속리산에 자리하고 있어서 산사로서의 위상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물실호기라 '보은 속리산 법주사'의 영광을 재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몇 가지 유념할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먼저, 학술적으로 법주사의 위상을 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사찰의 시대적 변화에 따른 역사적 배경과 신앙체계를 고찰함으로써 한국 산사의 위상을 반듯하게 세워야 할 것입니다.

첫째, 한국의 불교는 불교문화의 확산과 유·무형문화재의 형성, 건축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법주사는 초창 이래 여러 차례의 중창과 재건을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람의 입지와 배치, 건축적 변천과정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한국의 불교는 부처에 대한 신앙과 불교 교리의 정착, 토착적인 기복신앙 등이 더해지면서 다른 국가와 차별되는 다양한 모습을 띄게 되었습니다. 법주사는 미륵신앙과 화엄신앙이 복합된 이중적 신앙체계를 지니면서 이를 가람배치에 구현했는데, 이러한 변천을 가져온 사상적 배경과 신앙체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셋째, 초창 이래 수차의 중창과 재건 그리고 신앙체계의 변화를 이끈 중심인물에 관한 연구, 특히 보은출신인 벽암대사에 대한 지역차원의 관심과 연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넷째, 종합수행도량의 역할을 한층 더 높여 사부대중뿐만 아니라 일반민중에게도 깨달음과 위안을 얻는 종합수행도량의 큰 품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한편, 속리산 법주사 일원은 명승 제61호, 법주사는 사적 제503호로 지정되어 있고, 국보 3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20건, 문화재자료 2건 등 문화재의 보고이기도 하죠. 이러한 등록문화재 외에도 법주사에는 주목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가 더 있습니다.

고려 목종 9년(1006)에 세워진 철당간은 조선 말 흥선대원군의 명으로 철거되었다가 1972년에 다시 세워진 것인데 당간지주는 당초 고려시대 것이죠. 타 지역의 당간지주 대부분이 보물 내지는 시·도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음을 감안하면 법주사철당간은 적어도 보물 지정이 당연하다고 할 것입니다.

벽암대사비와 한 울타리에 서 있는 '禁遊客 除雜役(금유객 제잡역)' 왕명을 받들어 비변사에서 세웠다는 표석에 눈길이 갑니다. 유객들의 음주가무 놀이가 얼마나 막심하였으며, 공역이외 잡다한 부역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왕명으로 금지케 하였을까요. 조선시대 불교 위상을 엿볼 수 있기도 하고, 당시 법주사의 위상을 짐작케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건너편에 있는 '火巢' 즉 산불을 막기 위해 능원, 묘 따위의 울타리 밖에 있는 나무나 풀을 불살라 버린 곳을 알리는 푯돌도 흥미롭습니다. 이밖에도 '선희궁 원당'에 담긴 이야기, 당간지주가 어떻게 '은구석'이 됐는지 찾아보면 무궁무진 소재는 넘쳐 납니다.

지금은 세계적 위상의 한국 산사 법주사로 거듭 나야할 때라 생각합니다.

강태재(보은 죽전 / 충북시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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