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함
찬란함
  • 편집부
  • 승인 2018.06.2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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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 (판동초 교사)

워즈워스란 시인의 작품(송가: 불멸성에 대한 암시)중에서 아이의 성장에 대한 아름답고도 슬픈 과정을 느꼈습니다.

"우리의 태어남은 한갓 잠이며, 망각. 우리와 함께 솟아나는 영혼, 우리 인생의 별은 다른 세상에선 서산 너머로 졌다. 그러곤 멀리에서 다가온다. 완전한 망각이나 완전히 벗은 상태가 아니라, 우리는 찬란한 영광의 구름을 이끌고 본향인 신에게서 현세로 왔다. 유년 시절에는 천국이 우리 곁에 있다. 성장하는 아이 위로 감옥의 그림자가 조여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는 그 빛을 본다. 그리고 그것이 흘러나오는 원천을, 아이는 환희 속에서 바라본다. 청년은 하루하루 동쪽에서 멀어지며 걸어가야 하지만, 아직은 자연의 사제. 그리고 찬란한 미래의 꿈이 그 길을 동행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성인은 그것이 사멸하고 있음을, 평범한 하루의 빛으로 스러져가고 있음을 지각한다."

기쁘고도 슬픈 것은 성인이 되어가며 차츰 상실하는 찬란함입니다.

우리 어린 아이들은 그 자체로 찬란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천사 같은 환한 미소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교복을 입는 전후로 깨알 같은 활자들이 그 빛을 급격하게 가리기 시작하고, 쉴 틈 없이 반복되는 평범한 날들은 미래를 꿈 꿀 여유를 앗아갑니다. 틈새의 여유조차 스마트폰과 게임에 헌납하였습니다.

꿈꾸는 것, 상상한다는 것이 일상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면서 선인들이 누리던 정신세계로부터 점차 단절되어 물질세계가 전부인 듯 살아갑니다.

즐거운 것 같으나 결국 허망합니다. 유한하며 영원하지도 않은 그것들이 집착을 야기합니다. 물질세계에만 매몰되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은 상상입니다.

1학년 아이를 지켜보십시오. 제도교육으로 들어왔으나 여전히 판타지를 통해 사고하기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부한 이야기와 함께하는 학습에서 가장 잘 배웁니다.

꿈결 같은 분위기 속에서 모방을 통해 배우고, 상상의 세계는 곧 현실이며 삶은 즐거움으로 가득합니다.

강환욱(판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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