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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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8.06.14 12:56
  • 호수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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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판동초 교사)

이 학교는 전교생이 800명에 달하는 큰 규모의 대안학교였습니다. 10시쯤 되니 아이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와 집에서 가지고 온 간식을 먹는 등 자유로이 시간을 보냅니다. 마치 토요일의 공원 풍경처럼 말이죠.

종교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로부터 학교 안내를 받았습니다. 종교수업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는데 어느 한 종교가 아닌 종교의 다양성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학교폭력이나 따돌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경험을 물어보았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이 없다.' 적어도 자신이 근무한 30년 동안은 그랬다는 것이었죠. 학교폭력을 잘못된 성장의 부산물로 보았을 때 이 학교의 아이들은 제대로 자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시대의 흐름과 사람에 휩쓸리지 않는 굳건한 교육 철학과 방법론 그리고 이를 헌신적으로 실행하는 교사들과 8년 담임제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여느 학교와 같이 수업 중 장난을 치거나 지각을 하는 아이들은 있었죠. 독일의 건물들은 정교하고 화려했습니다.

모든 건물에 아름다운 조각들이 있었습니다. 마이스터의 나라다웠습니다. 덴마크의 건물들은 독일에 비하면 다소 소박했으나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큰 공통점은 백 년이 넘은 건물들도 여전히 짱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4곳의 학교, 3곳의 박물관, 가정집, 호스텔, 각종 상점들 등 여러 건물을 들어가 보았지만 벽에 균열이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급하게 짓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이 당연한 것은 신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행이나 돈에 흔들리지 않고 정석을 지키는 것.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본질을 찾는 것. 슈타이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사람이 사회에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 라는 물음보다 인간의 마음에는 무엇이 살고 있으며 무엇이 성장할 수 있는가? 라고 물어야 한다. 지금 사회가 원하는 대로 다음 세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강환욱(판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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