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먼 곳에서
  • 편집부
  • 승인 2018.06.0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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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판동초 교사)

글과 사진으로만 보았던 먼 곳에 와있습니다. 처음으로 들른 곳은 나치시대의 여성수용소였습니다.

시대에 항거했던 혹은 도움을 주고 잡혀온 수만명의 여성들이 화장실도 없는 공간에서 처절하게 살았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이 추모공원으로 탈바꿈되는데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앎의 과정에서 숨김이 없어야 한다는, 그래서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이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많은 이가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떠올렸고 여전히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 모습은 파렴치함의 표본처럼 느껴졌습니다.

변명과 회피를 두른 이가 성숙하는 사례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독일의 교육은 강력한 국가주도의 형태입니다.

대학교육까지 무상교육이고 사립학교를 거의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발도르프학교는 100여년간 존재하고 있습니다.

베를린 시내에 위치한 곳을 가보았습니다. 우선 도심속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넓은 부지가 놀라웠습니다. 뱃들공원이 4개이상 들어갈 것 같았습니다. 울창한 숲과 그 아래 미로같은 길들과 벤치, 그네 등 꿈꾸던 놀이터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허용치 않는, 아이들이 숨을 곳이 넘쳐났습니다. 잘 익은 체리를 폴짝 뛰어 따먹던 무리가 낯선 동양인의 등장에 우르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4학년의 체육수업은 종종 아찔했습니다. 뜀틀, 평균대, 도마, 매트 등을 여기저기 깔아놓고 술래에게 잡히지 않고자 도망다니는 수업이었는데, 링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리는 등 서커스를 연상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왔기 때문입니다.

다치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모험과 도전을 즐기고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고보니 놀라는 것은 우리뿐이었습니다.

강환욱(판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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