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을 소개합니다-송민호씨네 집(산외 중티)
■우리가족을 소개합니다-송민호씨네 집(산외 중티)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05.24 10:13
  • 호수 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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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처제와 한울타리 안에서 사는 정다운 가족
▲ 사돈과 함께 살며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산외면 중티리 송민호씨의 가족이 다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1인 가구가 일반화되고 있다. 한 지역에 살면서도 결혼과 관계없이 부모 슬하에 있던 자녀의 독립이 트렌드처럼 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결혼해서 한 마을에 살아도 집을 따로 지어서 사는 것도 대세가 되고 있다. 부모는 부모, 자식은 자식 등 가정도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가족이지만 서먹하거나 불편한 사이가 되고 아예 관계하지 않는 사이도 흔하다.

산외면 중티리 송민호씨네는 이같은 가정의 트렌드를 깬 사례다.  한울타리 안, 마당은 같이 쓰고 집은 따로 있으며, 민호씨 집에는 처제 2명이 함께 살고 있다. 부모님과 아들, 며느리, 여기에 처제, 그러니까 부담스런(?) 사돈의 만남이 매일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의 풍경은 불편이 아니라 자연스런 그냥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관계가 가능한지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며 송민호씨네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며느리가 사랑스런 시부모

송민호(34)씨 아내 나현미(35)씨는 밥 잘사주는 동네 예쁜 누나였다. 산외면 중티리가 고향인 아버지(송재영, 65)가 15, 6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기 전까지 민호씨네는 청주 남주동에서 살았다.  오가다 마주친 현미씨에게 눈길이 닿았던 건 민호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먼저 고백해 19살에 연애를 시작했다.

강아지, 개를 끔찍하게 좋아하는 오누이 같은 연인인 이들은 5년 전 10년간의 연애를 종치고 결혼했다.  아버지 송재영씨는 작은 아들 민호씨가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자신의 집 울타리 안에 아들의 신혼집을 지어 분가시켰다.

데리고 있는 개가 출전했다하면 우승을 휩쓸고 매주 서울대회를 나가고 매달 미국, 일본 등 해외에 나가는 민호씨에게 현미씨는 애견 동반자로서 함께 손발을 맞추는 모습도 부모의 눈에 쏙 들어왔다.

그리고 결혼하자마자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품에 안겨준 며느리는 아들만 둘 둔 시부모에게 딸이나 다름없었다.

벌써 4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가는 손자를 배웅하는 등 민호씨의 어머니 김윤희(61)씨는 손자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처음엔 신혼생활 방해할까봐 아들 집을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요즘은 아들 집 현관문도 잘 연다. 미처 씻지 않은 커피잔이 주방 개수대 안에 있어도 개의치 않는다. 생활방식이나 살림살이를 감시하러, 참견하러간 '꼰대같은' 시어머니가 아니라 시어머니는 그냥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금쪽같은 손자만 보면 그만이다.

아들부부 또한 시부모가 현관문을 열어도 불편해 하지 않는다. 점심에 시어머니가 온다고 하면 아침에 청소했는데도 다시 둘러봐야 할 정도로 긴장하는 것이 며느리이지만 나현미씨는 시어머니가 자신의 친정엄마처럼 편하다. 그래서 아침밥 먹으러 송민호씨와 나현미씨는 어머니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그러곤 맛있게 버무려놓은 나물반찬으로 한 그릇 뚝딱 아침밥을 비우고 어머니에게 미소띤 얼굴로 엄지척을 한다. 그러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돈처녀 둘도 식구가 됐다

1년 전에는 사돈처녀까지 민호씨집으로 이사를 왔다. 인터넷쇼핑몰을 하던 처제 나현주(32), 나현정(30)씨가 청주에서 오프라인 매장운영을 고민할 때 형부인 송민호씨는 "도시에서는 경쟁도 심하고 또 가게 임대료도 비싸니까 보은에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형부의 제안을 받은 두 처제는 시장조사 후 승산이 있다고 판단, 지난해 11월 말경 하얀꽃집 맞은편에 옷가게(MISSNA)를 열었다.

그런데 문제는 살집. 고민하는 처제에게 송민호씨는 "왜 밖에서 사느냐, 산외면 우리집에서 살자"고 했고 사돈어른도 "그래 아가씨 우리 같이 살아요" 라고 권했다. 사돈어르신들의 말씀에 사돈처녀들은 두말하지 않고 짐을 싸서 산외면 중티리 형부집에 짐을 풀었다.

현주씨와 현정씨는 "아무리 중학교 때부터 봐왔던 사이라고 해도 사돈으로 맺어져 불편하지 않을까 했지만 형부도 잘해주시고 특히 사돈어르신들이 참 잘해주세요. 비지장도 끓여달라고 하면 사돈 어머니께서 맛있게 해주시고 같이 만두도 빚어서 쪄먹고, 예쁜 옷이 있으면 사다 드리곤 하죠. 저희는 어머니, 아버지라고 불러요"라고 말했다.

사돈이지만 한가족처럼 지내는 송민호씨네 가족의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청주에 사는 민호씨의 장인, 장모, 그리고 민호씨 부모, 큰형, 처제까지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고기파티를 했다.

사돈과의 겸상은 지난 어버이날뿐만 아니다. 주말이면 민호씨 장인장모가 산외면 중티리를 방문해 마당에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소고기도 구워먹으며 화목을 지핀다.  한 울타리 안, 같은 마당을 쓰면서 두집 살림을 하고 여기에 사돈이 같이 기거하는 '수상한 가족(?)' 아니 따로 살면서 같이 사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송민호씨네 집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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