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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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8.05.17 01:55
  • 호수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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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판동초 교사)

최근 읽은 책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빚쟁이처럼 아이들에게 과제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과제를 해 내야 할 빚진 자가 아니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당연히 집에서 쉴 권리가 있다. 통제가 필요하고, 숙제가 필요하고, 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른들의 발상이지 아이들에겐 그렇지 않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강하게 나타낸 문구입니다.

물론 저 나라가 이와 같이 말하고 실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르기에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국민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적극적인 앎과 실천을 추구 했으며, 자신의 아이를 전인적이고 행복하게 자라게 하고자 학교까지 설립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초등학생인 제자가 며칠 전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공부 집어치우고 싶어요. 학습지가 너무 지겨워요. 피곤한데 쉴 수가 없어요. 한숨만 나와요." 슬펐습니다.

학습에 대한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일, 여러 능력이 넘쳐나는 아동기의 절정인 나이인데 말이죠. 학교교육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기술은 경시되며, 여전히 다수가 수능을 목표로 하면서 과제 더미 속 아이들의 행복은 입시 이후로 미루라고 하는 사회.

입시 이후에서 다시 취업 이후를 바라보아야 하는 구조. 아동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아이를 위한다는 행위가 정작 아이를 불행하게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 힘듦을 외면한 채 어떻게든지 감내하게 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봅니다.

"90점 넘어야 스마트폰 사 줄 거야. 학원 빼먹으면 게임 못한다. 숙제해야 스티커 줄 거야."와 같이 악마의 열매를 이용한 조건부 계약관계가 일상화 되어 우리네의 순수한 관계가 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행복의 열매를 먹고 자라는 아이가 나중에도 행복의 열매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강환욱(판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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