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석에도 체급이 존재하는 보은군
표석에도 체급이 존재하는 보은군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05.03 09:36
  • 호수 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선자치시대가 되고부터 자치단체장은 관선 때보다 더한 무한 파워를 보이고 있다. 앞에서 아닙니다라고 명령을 거스르는 의견을 제시하는 공무원이나 주민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단체장의 말은 곧 법이다. 그래서 단체장에게 특히 거의 모든 공무원들은 무한 복종을 하고 해바라기를 한다. 공무원들은 단체장이 돋보이도록 하고 초점도 단체장에게 맞춰져 있다. 대외 행사를 하면 자치단체 주관이 아닌데도 대통령 경호팀이 움직이듯이 관련부서 직원들이 대거 행사장에 포진해 있으면서 단체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눈길을 맞춘다. 그래서 아무리 먼 거리에 있다 하더라도 단체장이 고개 돌려 눈짓을 하거나 손짓을 금방 확인하고 달려가는 충성을 보이고 있다.

모시는 사람이니까 그러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지만 공무원이 모셔야 할 사람은 군수가 아니라 주인인 군민이다. 군수는 군민들이 4년간 부리기 위해 선택한 사람일뿐이다. 선택된 사람이 군민을 위해, 지역을 위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공무원들은 법에 의해 보좌하면 된다.

하지만 민선시대가 되면서 군수의 파워가 하늘을 찌르면서 공무원들은 군민 보다는 군수를 위해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산 반영을 요구할 때도 군수님이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설명을 구태여 붙일 정도다. 군수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먹어야 할 것도 먹지 말아야 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민선자치시대에 대한 폐해로 일견에서는 군의회 무용론을 거론하는데 오히려 무소불위로 힘이 커진 자치단체장이야 말로 적폐 중의 적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군수와 공무원의 관계, 군수의 지위를 장황하게 기술한 것은 스포츠파크 내 고 박광용 소장이 기증한 백송에 대한 표석 때문이다.

당초 백송은 평생을 보건직 공무원으로 재직한 고 박광용 보건소장이 정년퇴임하면서 퇴임 기념으로 구 보건소 청사 후문 입구에 식재한 것이다.

당시 고 박광용 소장은 보건소 직원에게 구 엽연초생산조합 자리로 보건소가 신축 이전하면 그곳으로 옮겨 식재할 것을 부탁했지만 보건소가 신축 이전된 후에도 백송은 이식되지 않았다. 오히려 고 박광용 소장의 유언을 거스르고 유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스포츠파크로 이식했다. 기증했기 때문에 이에대한 처리는 기증받은 기관의 몫이라고 하지만 생전 고인이 남긴 숭고한 유언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백번 양보해서 어느 곳에서든 백송이 잘 자라면 그만이고 또 기증자의 의도가 이름 석자 남기기 위해 백송을 기증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기증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곳에 백송을 식재해놓고 보은군에서 보인 성의는 가로 29.7㎝, 세로 20.5㎝에 불과한 표석을 세운데 그쳤다.  키가 5m이상 되고 사방으로 뻗어오른 가지가 아름다운 수형을 보이고 있는 백송의 이름표는 옹색하기 짝이 없다. 어느 석재사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 하나 주워서 기증자의 이름을 겨우 새겨넣은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초라하다.

인근에 설치된 스포츠파크 준공 기념표석 가로 87㎝, 세로 60㎝와는 비교하면 더욱 형편이 없다. 백송 바로 뒤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스포츠파크 사업에 대한 설명비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표석 하나로 보여지는 공무원들의 군민에 대한 생각이 군수는 돋보여야 하고 군민은 낮게 보는 의식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 같아 심히 염려가 된다. 보은군은 군민이 주인이지 단체장이 주인공은 아니다. 단체장은 주군이 아니라 4년 임기동안 군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다. 그에 맞게 연봉 8천800만원, 직급보조비 연 600만원, 직책급업무수행경비 연 780만원이 군수 통장으로 입금된다. 해외출장여비, 흔히 판공비라고 하는 기관운영업무추진비 5천200만원은 별도다. 무급봉사자가 아닌 것이다.  단체장은 격이 높은 지위에 있는 하늘같은 존재가 아닌 보은군의 주인인 군민이 부려먹어야 하는 일꾼이다. 군민이나 공무원이나 이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