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보은군수를 꿈꾸는가
그대, 보은군수를 꿈꾸는가
  • 편집부
  • 승인 2018.04.26 01:54
  • 호수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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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옥(마로 소여/동화작가)

보은군수 출마자가 서서히 윤곽을 나타내고 있다. 각 정당의 공천과 무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하는 예비후보자들은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군수의 꿈을 이루고자 할 것이다.

그 꿈이 현실에 다다를 사람이 한 명뿐이라는 게 아쉬울 뿐이다. 예비후보자들이 내세우는 말 속의 열정과 의지는 출마자 중 그 누가 군수로 당선되더라도 보은군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살기좋은 군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현실에 다다르기에는 너무 먼 허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선거를 여러 번 치르다 보니 우리는 예비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많은 말속에서 옥석을 고르는 신기한 재능이 생겼다. 이 재능을 가능케 한 것은 '한 번만 믿고 찍어'달라는 후보자들의 거짓과 자주 접하다 보니 생긴 재능이다. 이런 재능을 준 후보자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나는 보은군수 출마자들이 보은군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어떻게 살기 좋게 만들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소중한 나의 한 표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누군가가 군수로 당선이 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 당연한 일들을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오만을 앞세워 목소리를 높이는 출마자들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하고자 한다. 

첫째, 공무원을 부하 직원으로 보지 않고 당선자와 함께 보은군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동반자로 대했으면 한다. 공무원의 능력을 발휘해 보은군을 발전시킬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고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보은군의 생활상을 제일 잘 아는 보은군민과 함께 지내 온 그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명령으로 다스리는 '군주'가 아닌 그들과 함께 토론하고 의논하고 결정하는 '군수'가 되어주길 바란다. 

두번째로 입이 아닌 귀를 열어주었으면 한다. 군수는 말보다 귀를 더 크게 열고 군민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소소한 것이라도 답할 수 있는 친화적인 군수이기를 바란다.

군민의 목소리 속에는 보은군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속에는 보은군의 문제점을 해소할 방법도 있을 것이다.

군민의 목소리를 듣는 당나귀 귀를 가진 군수가 되어주길 바란다.

세번째로 움직이는 군수가 되었으면 한다. 사람 많은 행사장이 아닌, 보은군 구석구석 작은 리 단위의 마을까지 돌아볼 수 있는 부지런한 군수면 좋겠다. 군수실 책상에 앉아 공무원들을 불러 이 마을 저 마을 상황을 파악한다고 보고받는 그런 군수가 아니길 바란다.

여러모로 군수는 바쁜 자리인줄 안다. 그렇다고 리 단위 마을 돌아보고 군민과 대화할 시간조차 없을 것 같지는 않다. 마음가짐이다. 부지런히 돌아보고 움직이면서 촌로의 이야기도 듣고, 귀농 귀촌한 군민의 이야기도 듣다 보면 보은군수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쉬울 것이다. 

거창하고 부담되는 부탁은 아닌 것 같은데, 참 힘든 부탁을 하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부탁해서 그런 걸까. 

보은군수가 되어 본인의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에 무슨 사업이네 하며 돈 들여 건물 짓고 본인 이름 박아 놓고, 텅텅 빈 흉물로 남는 그런 일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데, 누군가 보은군수가 되면 또 할 것 같은 불안감은 왜 생기는 것일까.

그런 흉물로 남아 있는 곳에 이름을 남기는 것보다 군민들 마음, 머리에 이름을 남겨 아무개 군수가 좋았지, 아무개 군수만 한 사람 없었지. 군민들 입에서 입으로 남는 그런 군수가 되어주면 안 될까.

노정옥(마로 소여/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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