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송이놀이
속리산 송이놀이
  • 편집부
  • 승인 2018.04.19 11:36
  • 호수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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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재(보은 죽전 / 충북시민재단 이사장)

지난 10일 별세하신 박대종 전 보은문화원장의 부음을 1주일이 지나서야 '보은사람들'을 통해 알았습니다. 애도하는 마음으로 몇 자 적습니다.

필자의 기억으로 고인은 보은청년회의소 창립멤버로서 윤장혁, 김홍락 등 여러 선배님들과 함께 지역사회를 이끌어 온 지도자였습니다. 서글서글하고 쾌활하고 활달하여 매사 능동적인 분이었습니다. 초창기 보은청년회의소 회장으로서 청년운동을 이끌었습니다. 또 보은군체육회 전무이사로서, 보은산악회 회장으로서, 보은궁도협회 회장으로서 스포츠에도 뛰어난 열정을 보이셨지요. 일찍이 사진관을 경영한 바 있는 고인께서는 경영능력 또한 출중한 분이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초창기 즉 보은군의료보험조합이 만년적자에 허덕일 때 총무계장으로 입사해 대표이사로 선출된 후 불과 6년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 것은 오랫동안 회자된 사례이지요. 만년(晩年)에는 보은대추와 속리산을 연계한 '대추막걸리'를 착안해 대추축제 기간에 선보이는 등 지역 특산물 활로를 열며, 기업인으로서 보은군경제인협의회장을 역임한 줄 압니다.

"돈 버는 목적보다는 속리산을 찾는 전국의 관광객에게 내로라하는 지역명품 먹거리를 내놓는 것이었다"는 생전의 인터뷰를 보면 고인의 고향사랑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청년리더로서, 체육지도자로서, 경영인으로서, 기업인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통해 지역사회에 헌신해 오셨습니다만 무엇보다도 높이 평가되어야 할 고인의 발자취는 문화원장으로서 보여준 크나큰 족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신문기사에도 언급한 것처럼, 박대종 보은문화원장의 향토문화사에 남긴 발자취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라는데 공감합니다. 속리축전 개선, 속리산 탑돌이, 천왕봉 산신제, 단풍축제, 속리산 전국 사진공모전 개최, 오장환 시인 위상 정립과 문학제 개최 그리고 흰돌 물다리기 놀이와 송이놀이 등 묻혀있는 문화자원을 발굴, 고증을 통해 원형을 되살려 냄으로써 민족문화 전승 보전에 크게 이바지함은 물론 '문화 보은군'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 줄 압니다. 이러한 공로에 보은군민대상의 영예는 마땅한 것이지요.

기실 보은지역사회에서 고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데가 없을 만큼 역동적인 삶을 살았음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민선자치시대를 대비하여 보은이 지향해 나아가야할 발전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여 지역특성과 실정에 맞는 개발방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자녀교육문제로 인한 타지전출이나 일자리 문제 등 인구감소 대책을 고민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주마간산으로 고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서 드는 생각은, 고인이 이룩해놓은 수많은 업적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문화'라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흰돌물다리기'와 '송이놀이' 같은 민속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흰돌물다리기는 명맥이 끊긴 듯하여 아쉬웁기 그지없고, 장관상을 받은 송이놀이는 다행스럽게도 산외면풍물보존회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 다행입니다.

송이놀이는 문헌으로만 전해오던 것을 1999년에 발굴 재연하여 2002년 제43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시연해 문화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이래 속리산단풍축제 때마다 선보이는데 해학과 풍자를 담은 독특한 콘텐츠로서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는 관광상품이 되었다지요.

참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필자는 송이놀이가 보은속리산을 대표하는 민속놀이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자는 생각입니다. 욕심이 과하다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로서 세계적 수준의 반열에까지 올라갈 수는 없을까요. 국내외 다양한 축제에 초청을 받는 송이놀이, 가령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 같은 세계적인 축제의 장에서 뽐내 보자는 겁니다. 송이놀이는 독특한 콘텐츠를 잘 가꾸기 나름으로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리하려면 많은 노력이 따라야겠지요. 내용면에서도 더욱 풍성하게, 다양한 춤과 사설과 노래도 곁들이면서 무대장치와 의상 등에 이르기까지 다듬고 예술성을 높여 '송이놀이'를 보려고 속리산을 찾을 정도가 되면 성공이지요. 전국 곳곳에는 그 고장의 민속을 이어가는 보존회나 전수관 등이 적잖습니다. 웬만하면 전수관 건물은 물론 상당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줄 압니다.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상설 운영하는 전업 보존회로 만들면 어떨까요. 송이놀이 관련 관광공예품 개발도 필수지요. 삼가 박대종 선배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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