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내 얼굴이 어떤가요? 예뻐요?"
"우리 아내 얼굴이 어떤가요? 예뻐요?"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8.04.18 22:36
  • 호수 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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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면 기대리 정환둔·김애순 부부 이야기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난 4월 13일 마로면 기대리 정환둔·김애순 부부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편 정환둔씨는 올해 66세의 시각장애인이다. 공기업을 다니며 결혼 10년차, 두딸의 아빠로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던 그에게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닥쳤다.

"회사 체육대회 때 공에 눈을 맞았는데 한달 후 갑자기 한쪽눈이 실명됐죠" 여러차례 수술을 거쳤으나 일년후 나머지 한쪽눈도 실명되면서 40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의 빛을 잃게 됐다. 당시 큰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이다. 부인 김애순씨의 고생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미싱보조를 시작으로 식당, 도배보조. 안해본 일이 없었죠" 아이들을 지키고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일념으로 힘든 시기를 견뎌왔다.

"그러다가 트럭장사를 시작해서 아이들 대학졸업 때까지 했어요" 아내가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동안 남편 정씨는 살림과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한신 신학대를 졸업하고 대전에서 목회활동을 했다.

"매주 수요일이면 저도 장사를 접고 교회 신도들과 칼국수와 만둣국, 전 등으로 점심을 나누며 가까운 곳에 나들이를 가기도 했죠"  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의 든든한 벗으로 함께 했다.

"90노모가 살아계신데, 당시 애들 버리고 아내가 도망가면 어쩌나하고 가슴 졸였다고 이제야 말씀하시더라구요" 당시만 해도 열악한 복지제도로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했으며 산재마저 인정받지 못해 병원비 감당도 버거웠지만 그들은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이 행복했다.

"아이들이 졸업하면서 트럭장사를 접고 장애인활동보조인으로 자격을 취득했죠" 이후 대전복지센터에서 근무하다가 정년을 보내고 재작년 보은으로 이사를 오면서 삶도 달라졌다. 대전에서는 혼자 외출을 할 수 없어 하루종일 집안에서 지내기 일쑤였으나, 마로 기대리에서는 혼자 냇가를 따라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작은 텃밭에 상추와 마늘, 채소를 가꾸는 삶도 가능해졌다. 부인 김씨는 관기초 장애학생을 돕는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람을 느끼죠. 만약 힘들어서 도망쳤다면 두딸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지 못했을 거에요. 또한 현재의 남편도 없었을 거구요. 장애인분들이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며 그녀는 말한다.

"우리 아내 얼굴 어때요?"라며 정씨는 갑자기 질문을 던져온다.

"젊었을 때 얼굴만 기억하거든요" 그의 기억에는 아이들도 10살 때의 모습만 남아 있다.

"아이들도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해요. 큰딸이 결혼해서 손주가 태어났는데 목소리만 들으니 그또한 궁금하죠"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아련한 표정이 깃든다.

"고생한 얼굴도 아니고 너무 젊고 미인이세요"라는 대답에 그는 웃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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