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기획자 시점 '역관광' - 솔향공원 편
1인칭 기획자 시점 '역관광' - 솔향공원 편
  • 편집부
  • 승인 2018.04.12 16:49
  • 호수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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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산외 원평) 시민기자

이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보은에서 나고 자라 이제는 주민으로 살아가는 젊은 기획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관광지로서의 보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얼마나 자주하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획자로서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5년 동안 몇몇의 프로젝트들을 기획하며 배운 것들을 통해 보은의 관광 명소나 관광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 장소, 공간, 지역, 행사, 축제, 이야기 등등 기회가 되는 대로 찾아가 하나씩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채워갈 수 있는, 좋은 것은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나름의 개인적인 고찰이 담아 살기 좋은 보은이 살고 싶은 보은이 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기획자의 변)

이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보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평이 엇갈리는 솔향공원을 찾아가 보았다.

제가 솔향공원에 도착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 장소는 어떤 장소인지 모르겠다.'였다.

관광이라는 범주 안에서의 공간 디자인은 사람으로 치면 첫 인상에 해당하기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일종의 '장치'이다.

같은 공원이라도 어떠한 곳에선 경건해야 하며, 어떠한 곳에서는 맘껏 뛰어다닐 수 있고, 또 다른 어떤 곳은 록페스티벌과 같은 대규모 행사가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바라본 솔향공원은 첫 인상이 굉장히 복잡하고 명료하지 않아 사용자로 하여금 '공원이다'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소나무 문화관 앞에 설치된 조형물들이었다. 한지공예로 만들어진 역동적인 사물놀이패와 한복을 입은 가족, 두루미가 보이고 그 옆에 도깨비 공원이라는 일종의 푯말이 서있다. 그리고 꽤 큰 규모의 정이품송 모형이 서있었다.

도깨비 공원이란 푯말과 함께 도깨비가 아닌 사물놀이패와 뛰어노는 가족, 두루미의 조합은 '솔향공원'을 찾아온 이용객들에게 통일감을 주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바로 옆에 있는 4D 영상관에서 상영되는 영상은 잠자리가 주인공인 영상을 상영해주고 있었다. 정이품송과 연관된 재미있는 모험의 짧은 영상을 함께 봤던 가족들은 아이와 부모님들 모두 재미있다 이야기를 했지만 그 안에 속리산의 역사와 관련된 많은 사진들과 이야기를 보지 않고 곧 바로 상영관을 나가는 모습을 보며 영상의 소재와 주제를 상영관 내에 전시된 사진들과 관련된 것으로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상영관에서 나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로소 아까 봤던 푯말의 도깨비 공원이 나온다.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도깨비들이 기와지붕 위에서 신명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띈 모형들이 있었다.

하지만 도깨비의 형상들이 한국 전통 도깨비가 아닌 일본 오니의 모습을 띄고 있고 도깨비들이 입고 있는 의상 또한 일본 의상에 가깝게 만들어져 있어 이 또한 아쉬운 부분이었다.

4D 영상관 앞에 설치된 담비 캐릭터를 보며, 상영되는 영상 속 주인공인 잠자리를 보며, 도깨비 공원 푯말 옆에 서있는 사물놀이패와 한복을 입은 가족과 두루미를 보며, 도깨비 공원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푯말을 보며, '솔향공원'이라는 이름의 뜻을 공간 스스로가 상실해 버린 느낌이 들었고, 작게나마 설치된 도깨비 모형마저 한국 도깨비가 아닌 것을 보면서 많은 아쉬움을 가졌다.

공간 스스로가 '여기는 이런 곳입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소나무 문학관과 식물원을 아우르는 더 큰 가치가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먼저 '솔향공원에 가고 싶어요!' 라고 말하고, 다시 한 번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추억'을 생산하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백승현(산외 원평)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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