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 … 보은군 도로보수원들의 도로관리현장
현장체험 … 보은군 도로보수원들의 도로관리현장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0.07.08 09:35
  • 호수 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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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로, 우리가 관리한다!

사람의 몸이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맥을 통해 날라져온 산소와 영양분이 모세혈관을 통해 몸의 구석구석까지 실어 날라져야 하듯이, 보은군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못지않게 읍면 소재지와 각 마을을 연결하고 있는 군도와 농어촌도로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렇게 보은군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고 있는 군도와 농어촌도로 관리에 사시사철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도로보수원들의 군도관리현장을 찾아 함께 땀을 흘렸다.

 

#1인당 약 66㎞씩 담당
오전 8시50분, 군청별관 지하 노조사무실에는 도로보수원들이 모여 오늘 해야 할 작업구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보은군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 도로보수원은 모두 9명으로 이들은 군도 213㎞와 농어촌도로 381㎞ 등 총 594㎞의 도로를 관리하고 있다. 1인당 약 66㎞씩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A조(조장 송영덕)에는 4명이 배치되어 보은읍을 비롯해 삼승면, 탄부면, 마로면, 장안면, 속리산면의 도로를 관리하고 있으며, 5명이 배치된 B조(조장 강창성)는 산외면, 내북면, 회인면, 회남면, 수한면을 담당하고 있다.

작업구간과 간단한 안전교육을 마친 후 9시가 다 되자, 각 조별로 출발한다. 오늘 A조의 작업구간은 삼년산성 진입로와 주변구간, B조의 작업구간은 회인면 애곡리 구간이다. A조 조원들은 '보은군'이 쓰여 있는 군소유 트럭을 타고 출발하는데, B조 조원들은 개인소유 트럭을 타고 회인면으로 향했다. 도로보수에 배치된 트럭이 1대뿐이라서 이란다.

B조를 따라 회인면으로 향했다. 모두들 한 목소리로 트럭 1대가 빨리 지원되기를 바랐다.
군도는 군청 소재지로부터 읍면 소재지에 이르는 도로와 읍면 소재지 상호를 연결하는 도로이며, 농어촌도로는 농어촌지역 주민의 교통편익과 생산·유통활동 등에 이용되는 도로로 면도(面道), 리도(里道), 농도(農道)가 있다.


#도로변 제초작업으로 구슬땀
군청을 출발해 보은읍, 수한면을 거쳐 수리티를 넘어가는 국도 25번의 좌우에도 제초작업을 해야 할 만큼 제법 풀들이 자라있었다.

수한면 동정리에서는 희망근로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 5~6명이 제초작업을 한참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약 30분을 달려 9시30분, 회인면 애곡1리 마을입구에 도착했다. 이곳부터 애곡2리마을입구까지 군도 2호선 약 1㎞구간이 오전에 제초작업을 할 구간이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간단하게 몸을 푸는 체조를 실시하고 강창성 반장이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오늘 작업구간의 우측이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예초기 날이 가드레일이 부딪혀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좌측 산비탈 쪽은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독사나 독충에도 주의하라는 것이다.

매년 가을 산소를 깎았던 제초작업 경험을 되살리면서 예초기를 둘러메고 이성규(47, 보은읍 교사리) 반원을 따라 좌측 산비탈 쪽 제초작업을 시작했다.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려 더위는 피했지만, 계속 비가 내리면 사람도 젖고 기계도 젖으면 제초작업을 지속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숙달이 되어서인지 순식간에 몇 십미터씩 진도가 나간다. 예초기가 한번씩 지나가고 난 도로변 약 1~1.5미터 정도의 노견은 깨끗하게 풀이 제거되어 시원하게 드러나 시야가 탁 트여진다. 이렇게 1개조가 하루에 약 5㎞ 정도의 제초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보수원들의 업무는 제초작업만이 아니다. 지금은 여름철이라 도로변 제초작업이 한창이지만, 1년 내내 각종 도로관리업무로 쉴 틈이 없다.

우선 6~9월에는 도로변 제초작업, 10~11월 월동준비로 모래·염화칼슘 도로변 적치작업, 12~2월 제설작업, 3~5월 제설모래 제거 및 도로청소작업, 우기철 대비 배수로 정비작업 등과 수시로 이루어지는 군도관련 각종 민원처리를 하는 등 광범위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소소한 부상은 참고 넘어가
약 1시간가량 제초작업을 한 후, 잠깐의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도로변에 예초기를 내려놓고 작은 아이스박스 주변에 둘러앉았다. 더운 여름이라 마실 물을 얼려서 가지고 나왔다.

덥다면서 강 반장이 바지를 걷어 올리자, 왼쪽 무릎에 방금 난 상처가 보인다. 조금 전 제초작업 중 돌이 뛰어서 난 상처란다.

도로보수원들은 하는 일이 다양하고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크고 작은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작업을 하다가 소소하게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웬만하면 참고 그냥 넘어간다고.
강 반장님 "작업중 다치는 것은 우리들의 부주의가 큰 원인이지만, 주민들이 조금만 협조해주시면 작업이 덜 위험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몇 가지 부탁의 말을 전했다.

우선 도로변에 유리병이나 농약병 버리지 말 것을 부탁했다. 풀속에 숨어있던 병이 예초기 날에 부딪히면서 병이 산산조각 나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인원부족으로 제설 및 제초작업시 별도의 차량통제인원을 배치할 수 없기 때문에 작업중인 도로보수원들을 보게 되면 서행해 줄 것을 부탁했다.

특히 대형 화물트럭이 위험하다고. 덧붙여 지난해 폭설이 내렸을 때, 말티고개 제설작업으로 차량통제를 했는데 기어이 고개를 올라가겠다면서 통제에 따라 주지 않는 주민들도 있었다면서 애로사항을 언급했다.

겨울철 눈이 내리면 도로보수원들의 출근시간은 들쑥날쑥 해진다. 저녁부터 제설작업에 들어가 밤새 쉬지 않고 눈을 치워 출근길을 열어 놓는 일은 다반사다.

 

이런 위험과 어려움에도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도로보수원들은 자신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있기를 바랐다. 현재 그들의 신분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월급제가 아닌 일당제로 급여를 받고 있다.

강 반장님은 "조만간 임금협상이 이루어지는데, 음성군처럼 월급제로 되거나 아니면 괴산군 도로보수원들이 받는 정도로 일당이 인상되도록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면서 임금이 현실화되기를 바랐다. 덧붙여 57세인 정년을 더 연장하여 도로관리 및 보수의 경험과 노하우를 더 펼치고 싶은 바람도 함께 밝혔다.

 

#그냥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일한다
휴식 후 1시간정도를 더 작업해 11시40분경, 오전에 목표했던 애곡2리까지 제초작업을 마쳤다.  부슬부슬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진다. 예초기를 트럭에 싣고 오후 작업구간인 송평리로 이동했다. 비를 피해 송평리 마을입구 정자나무 밑으로 모였다.

빗방울 점차 굵어지자, 점심식사 후 오후는 제초작업 대신 도로변에 쌓여있는 제초작업이 된 풀들을 치우고 도로에 고여 있는 물빼기나 배수로 상태 확인작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도시락을 내리면서 이성규 반원이 말한다.

겨울을 제외한 봄·여름·가을에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군도나 농어촌도로가 주로 외진 곳에 있다보니 점심식사를 사먹을 곳도 없고 또한 매일 점심을 사먹을 형편도 아니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동료들끼리 둘러앉아 도시락을 함께 먹는 재미도 있다. 다만 쌀쌀한 날씨에는 따뜻한 국물이 아쉽기도 하다"고 이성규 반원이 한마디 건넨다.

이렇게 점심식사를 마친 도로보수원들은 오후 5시30분까지 작업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해 작업일지 작성을 끝으로 고단한 하루가 마무리된다.

보수도 적고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강 반장님은 "일 자체가 잘하는 것은 표시가 안 나고 못하는 것은 바로 드러나는 일이라 칭찬은 기대도 안한다. 그냥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일한다"며, “깨끗한 도로에 차량들이 원활하게 다니는 모습, 깨끗한 보은의 이미지는 도로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답을 한다.

정자나무 밑에서 도시락을 펴고 앉는 모습을 보고 감사인사를 전하고 3시간의 현장체험을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많이 쏟아진다. 안전하게 오후작업을 마치기를 바래본다.

'길은 떠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보은군 도로보수원들이 깨끗하고 안전하게 지키고 있는 이 도로로 고향을 떠난 출향인들, 농촌에서 살기 위해 보은으로 오는 귀농인들이 많이 돌아오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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