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사랑 한글학교 할머니 일기
흙사랑 한글학교 할머니 일기
  • 편집부
  • 승인 2018.03.08 11:57
  • 호수 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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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3월 5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학교 공부가르쳐주어서 고맙습니다. 김종수내과에서 혈압약을 샀다. 집에오니 5시다. 집에 아무도 없어 반갑게 맞아줄 사람도 한사람 없다. 학교 공부하고 집에오니 화장실에 물이 녹았다.

이금순(82, 보은 장신, 흙사랑한글학교)

3월 2일

오늘은 학교 끝나고 집에가는 버스를 잘못타서 도중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집에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한 40분 걸렸습니다. 보은에 와서 처음으로 많이 걸었습니다. 걷기는 했지만 다리 운동도 하고 기분은 좋았습니다. 걷다보니 2월 27일 화요일날에 학교에서 배운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휴대폰에서 가수 진성씨 보릿고개 노래를 찾아 중얼중얼 큰 소리로 따라했습니다. 언덕을 올라갈때는 숨이 많이 찼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참 좋았죠.

홍남순(61, 산외 중티, 흙사랑한글학교)

3월 5일

오늘은 일찍 한양병원에 건강검진 결과를 보러갔다. 그런데 괜찮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공부하로 흙사랑에 갔다. 받아쓰기 흥부이야기를 했는데 한자가 틀여서 90점을 맞았다. 참 아까웠다. 집에와서 점심도 안먹고 당뇨약 처방전을 받으러 보건소에 갔는데 점심시간이라 기다렸다.

전갑순(74, 보은 삼산, 흙사랑한글학교)

3월 5일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왔습니다. 봄비는 곡식한테 좋아요. 이제는 농사일이 시작됐습니다. 보리밭에 비료도 뿌려야 합니다. 마늘밭에 갔다. 아휴 큰일났다. 비닐이 바닥에 내려 앉았어요. 그래서 공부하고 와서 밭에 갔습니다. 활대 꽂았다. 혼자하니 안된다. 30분정도 하다가 집으로 왔다. 혼자선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토요일에 해야겠다. 공부를 늦게까지 해야겠다. 점점 마음이 조급해져요. 왜냐하면 농사와 공부를 놓고싶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두가지 다 할 수 있을까 그래 걱정을 하지 말자. 이제는 일이 시작이다. 더 많이 힘내자. 내일부터 공부도 농사도 두가지 다 잘해보고 싶다. 이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러니 끝까지 할거야. 하나님 도와주세요. 나는 꼭 정말로 공부를 하고 싶어요.

서연식(54, 속리산 북암, 흙사랑한글학교)

3월 6일

오늘은 3월 6일 개구리 입 떨어지는 날이자 만물이 입을 열고 나온다는 계절이다. 벌써 봄이 왔어요. 농사짓는 농부들은 또 바쁜 계절이 왔어요. 우리들은 농사를 안짓고도 밥을 먹고 사는게 농부아저씨들이 열심히 해서 우리가 밥을 잘 먹고 사는 것이지요. 농부아저씨들 감사합니다.

이옥순(76, 보은 교사, 흙사랑한글학교)

3월 4일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밥을 하고 소고기 미역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싸리비로 마당을 쓸어요. 마을회관 옆집 아주머니, 앞집 아주머니 함께 모두 커피사과 감귤 먹었습니다. 윷놀이하고 재미있게 놀았어요. 점심에 콩나물 밥을 해서 먹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해요.

조영순(76, 보은 금굴, 흙사랑한글학교)

3월 6일

흙사랑 한글학교 갔다 왔다. 오늘은 장날이다. 깻잎도 사고, 콩나물도 사서 왔습니다.

저녁밥에 된장을 끓여 먹었습니다.

조   옥(74, 보은 교사, 흙사랑한글학교)

천사같은 죽음

저 의자에 실려들어오는 저 할아버지가 산소호흡기를 꼽았을망정 어찌도 천사같이 보일까

조금 있더니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왜그리 슬피 들릴까

우리도 세상만사 손을 놓으면 저렇게 천사 같을까

누구의 울음소리보다 할머니의 구비치며 우는소리

의자에 누워 생각하니 왜 그리 슬플까

보고지고 보고지고 우리님 보고지소

우리님 보고지고하며 울음운들 님귀에 들릴까

설없도다 할머니의 울음소리

우리 인생도 언젠가는 가는데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나와 같은 울음을 우는구나

너무나 애절하고 슬프도구나

민병임(75, 삼승 천남, 흙사랑한글학교)

나는 남자로 태어나 나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고 싶어요.

공부도 다해보고 싶어요.

내소원이요.

학교도 다니고 다해보고 싶어요.

이제와서 후회도 소용없는 일이지만

강점돌(보은 교사, 흙사랑한글학교)

공부가 많이 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부모님이 못하게 했어요.

그래도 나는 할라고 노력을 했어요.

못배웠어요.

이묘순(82, 보은 교사, 흙사랑한글학교)

옛날에 운전면허를 못한게 제일 후회된다.

후회해도 무슨 소용이 있개씁니까.

지금이 70대면 한번 해보고 싶다.

정길자(77, 보은 교사, 흙사랑한글학교)

나는 꿈이 있었다.

하얀집에서 살고 싶었다.

강물도 흘러내리고 시냇물도 흘러내리는 곳에 살고 싶었다.

김인녀(72, 보은 교사, 흙사랑한글학교)

3월 6일

오늘은 화요일 오황균 선생님하고 공부를 했다.

예전에 아가씨때 좋아하든 총각이 있다. 그 총각이 댕기를 잡아댕겼다. 나이가 19살 때 일이다. 맨날 청춘같더니 칠십고개 되었다. 살면서 생각이 난다.

김상남(70, 보은 교사, 흙사랑한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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