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품권, 보은군은 안하나
지역상품권, 보은군은 안하나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02.08 10:18
  • 호수 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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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농협상품권에 도장찍어 '더부살이'
 

보은군, "지역화폐 기능의 상품권 추진중이다"

보은군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역상품권이 절반의 효과에 그쳐 군청 외 공공기관으로 상품권 구매를 확대시키기 위해 마케팅을 펼치는 등 지역화폐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군과 같이 농협상품권에 고무인을 찍어 지역상품권으로 활용했던 옥천군도 지난해 옥천군 옥천사랑상품권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5월 옥천사랑 상품권을  발행해 6월부터 본격 유통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은군의 지역상품권 제도는 지난 2010년 민선4기 이향래 군수 재임시 도입된 정책인데 1만원권의 농협상품권에 보은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고무인을 찍어 지역상품권으로 대체한 것으로 주 고객이 공무원들이다.

공무원들은 급여일에 통장으로 입금되는 급여 중 5급이상 15만원 6급 10만원, 7급이하 7만원씩 직급별로 일정액을 지역상품권으로 받는데, 이렇게 해서 구입한 상품권은 2015년 5억2천400만원, 2016년 5억7천200만원 등 연간 5억원 이상을 상품권으로 받는 형식이다.

이렇게 공무원들이 구입한 상품권은 대부분 지역 점포에서 통용되는데 농협상품권에 보은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고무인 갖고는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외지의 매장에서 통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역상품권 제작이 더욱 절실할 실정이다.

또한 농협상품권을 보은군 상품권으로 급조한 것이기 때문에 보은군이 사실상 외부 공공기관들의 협조를 얻는데도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마케팅도 벌이지 못하고 있다.

본보가 지난해 5월 정보공개를 통해 사기업을 제외한 군내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2010년부터 2017년 4월까지 근무자들에게 매달 지급하고 있는 급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바 있다.

보은군과 교육청, 15개 초등학교, 5개 중학교, 4개 고등학교, 경찰서, 소방서, 국유림관리소, 국토관리사무소, 한전,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건강보험공단, 도로공사 농어촌공사, 한전을 대상으로 했는데 2015년 한해에 급여로 풀린 돈이 764억9천100여원에 달했다. 2016년에는 750억1천500만원이 지급됐고 2017년 1월에 94억5천800여만원, 2월엔 67억9천200여만원, 4월에도 72억9천900여만원이 나갔다.

만약 보은군상품권이 있어서 보은군 공무원처럼 일정액을 보은군상품권으로 받는 것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이중 연간 10%만 지역에 풀려도 지역경제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은군에는 농협이나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것과 같은 상품권이 없고 또 그동안 기관에 상품권을 구매해달라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관이나 기업체에서 상품권을 구입해 지역점포를 이용하는 예는 있을 수 있으나 개별적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지역 점포를 이용하는 예는 거의 없다.

더욱이 공공기관 근무자들은 거의 모두 청주, 대전, 세종시 등 외지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에 이들 개인은 근무만 보은에서 할 뿐 보은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거리가 멀고 공동체 의식도 형성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은 지역에 소재한 공공기관 근무자들에게 매년 수백억원이 급여로 지급되고 있지만 이들의 보은경제 기여도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을 겪은 다른 지자체는 지역주민만이 아닌 기관단체의 근무자들도 지역에서 소비가 이뤄지도록 지역사랑상품권을 제작해 구매를 독려하는 등 지역화폐 활용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력이 투입되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상품권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조례 제정부터 상품권 발행까지 일사천리로 끝내 1천300억원의 포항사랑상품권을 발행했는데, 가맹점 1만2천890개소에 유통되면서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됐다.

2007년 상품권 발행을 시작해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강원도 양구군은 주민들이 장볼 때뿐만아니라 축의금을 낼 때도 사용할 정도로 고향사랑상품권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지역 중 하나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은군과 같이 농협상품권을 지역상품권으로 활용했던 인근 옥천군도 올해 5월 지역화폐 개념의 옥천사랑상품권 발행에 들어간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을 통해 상품권이 지역 소상공인의 소득상승 효과를 가져왔다는 용역결과가 나와 지자체가 쉽고 간단하게 고향사랑 상품권을 도입 및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같이 다른 시군이 조폐공사를 통해 정상적인 지역화폐인 상품권을 만들어 통용하고 있지만 보은군은 지역경제가 크게 낙후된 지역임에도 상권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립에 매우 미온적이며 실험정신 또한 크게 미흡하다.

여전히 농협상품권에 도장만 찍은 상품권을 공무원만 구매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지역화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제대로 된 상품권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이에대해 군 관계자는 "그동안 재래시장 전용의 온누리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행정력을 기울여왔는데 행정안전부의 고향사랑상품권으로 인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지자체가 고향사랑상품권 제도를 시행하도록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어서 보은군도 상품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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