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흥섭 시인님을 그리며
故 이흥섭 시인님을 그리며
  • 편집부
  • 승인 2018.02.01 12:14
  • 호수 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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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평생 운명처럼 시의 길을 걸어오신 님은

지난 섣달 초여드레날 시의 끈을 놓아버리시고

보은문단의 개척자로서의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이거 알고 계시나요

서로 알아보게 된 지 반백년인 것을요 

하나였던 때를 기억 하시나요

하나 종곡 안북실에 살아요

하나 복지관에 나가요

하나 시를 써요

하나 신문 기사도 써요

하나 한국문인협회 회원이에요

하나는 둘이 되고 다섯이 되고 

얘깃거리는 노상 넘쳐났습니다

하나 되었던 시간으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다시 만날 수도 있으련만

사람 사는 세계에서 만남과 이별은 정해진 이치여서

다시 하나로 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셨고

언덕배기 안식처와 반촌(班村) 삼성동을 사랑하셨습니다

대곡 성운과 충암 김정을 사랑하셨고

보은의 하늘과 땅과 그 안의 사람을 사랑하셨습니다

님은 세월의 무상함이 마음의 눈에도 보이는 듯

외로움과 서글픔과 그리움으로 담아 내셨으며

슬픈 듯 처연한 심경도 격조높게 읊으셨습니다

사유(思惟)는 깊고도 넓어 늘 평상을 뛰어 넘으셨고

목숨있는 것을 경이(驚異)에 찬 눈으로 새롭게 보셨습니다

자연에의 풍요로움과 고마움을 잊지 않으셨고

풍부한 문학적 자질은 실타래 풀리듯 거침이 없어

날줄과 씨줄을 치밀하게 엮어 짜셨습니다. 

다시 그리워 '소쩍새 우는 언덕'을 펼칩니다

'나 혼자 쓰는 편지'를 읽습니다

'민들레 피는 언덕'을 만지작만지작

자주색 한복에 '무릉계곡' 자작시를

낭송하시던 모습을 떠올립니다

놓치고 잊었던 감성들이 깨어나 꿈틀거립니다             

소중하고 훈훈한 추억을 주섬주섬 주워 담으며    

고이고 또 고이는 이 그리움을 언어로 노래합니다

생전에 따스했던 시절처럼 편안히 잠드십시오

                          201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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