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산토끼
집토끼 산토끼
  • 편집부
  • 승인 2018.01.19 13:22
  • 호수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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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 지난 1월 11일자 본지 1면 기사 "외지인 위한 시설 예산은 '대폭' 정작 지역민 위한 예산은 '외면'"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입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집토끼)들이 간절히 원하는 물놀이장 조성 사업비는 반영되지 않은 반면 지역 주민보다는 외지인(산토끼)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체육시설물 설치에 예산을 쓰는, 집토끼를 외면하는 보은군 행정에 대한 불만입니다. 보은군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누구를 위해 예산을 집행하느냐, 집토끼냐 산토끼냐를 묻는 것이죠.

보은군이 다목적체육관을 비롯해 씨름연습장, 우드볼경기장 등 체육시설을 건립하는 까닭은 소위 말하는 '스포츠메카'를 조성하여 체육대회 유치, 전지훈련 유치 등 외지인(산토끼)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 집토끼를 잘 먹이겠다는 것이겠지요.

산토끼, 집토끼 다 잡겠다는 심산인데 "어떤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기회의 가치를 기회비용이라 하며 이러한 선택의 상황에는 자동적으로 포기가 따르게 마련인데, 선택과 포기가 함께 수반되는 현상을 상충이라 한다. 기회비용은 효율적인 자원배분의 기준이며 합리적인 투자 기준이다(문화원형백과)."를 보면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거나 '달아나는 사슴보고 얻은 토끼 잃는다'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겠죠.

이 글을 작성하던 중 보은군의 답변(?)이 오늘(16일) 나왔네요. 보도를 보니 '보은군, 스포츠메카 결실 맺어' 제하 기사에서, 지난해 전지훈련 526개팀 유치, 전국대회 46개 개최, 숙박시설과 식당 사전예약 줄이어… 전지훈련과 전국단위 대회는 경제적 효과 외에 전국 각지에 보은을 홍보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면서, 앞으로 전지훈련 및 전국대회 유치에 박차를 가하여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원이 보은군을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지요.

스포츠메카를 지향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보은군 외에도 많습니다. 해남군, 완도군, 영광군 등 해안지역 그리고 함양군, 청양군 등 내륙지역도 뛰어들었습니다. 스포츠마케팅이 얼마나 언제까지 유효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한 때 드라마엸영화 촬영 세트장 조성 붐이 일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스포츠 메카든 촬영 세트장이든 산토끼 불러 모아 돈 벌어 집토끼 배불리 먹이겠다는 것일진대 다수의 부모와 어린 아이들이 원하는 물놀이장을 외면하는 것은 "보은군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보은군 예산은 누구를 위해 집행하는 것인지 군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공감이 됩니다.

더욱 '보은사람들'이 물놀이장을 원하는 부모들의 제안에 따라 진천, 증평 등 인근 타 자치단체가 조성한 공설 물놀이장 조성사례 및 주민 반응까지 취재 보도까지 했음에도.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군 당국이 저리 완강하니. 그냥 포기하고 말 것인가요. 아니면 될 때까지 줄기차게 요구할까요. 선택은 물놀이장에서 신나게 물장구치며 놀 어린아이를 보고 싶은 엄마들의 몫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보은사람들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어떤 것인지, 이미 체험하지 않았나요. 광화문 탄핵 촛불과 같은 거창한 것만 있는 게 아니죠. 학교급식 투쟁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학교급식 모범지역을 만든 것도 학부모들이 앞장선 보은주민의 뭉친 힘이었고, 장장 3개월 동안이나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동안이들 축사밀집문제'를 해결한 것도 연로한 어르신들까지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인 결과였습니다.

마침 지방선거가 코앞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물놀이장을 달라!" 큰 목소리로 외쳐야 합니다. 여럿이 외쳐야 고함이 됩니다. 주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군수를, 의원을 뽑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풀뿌리 지방자치, 거져 되는 거 아닙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은 맹목적 투쟁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당한 논리로써 싸우는 것입니다. 왜, 어린이 물놀이장을 요구하는지 따져 말해야 합니다.

"인구절벽시대 '보은소멸' 체감"이라며, 아이를 낳으라고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알량한 출산보조금 몇 푼 낚시 밥이 아니라, 여성이 경제활동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하잖습니까. 엄마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잖습니까. 어린이 물놀이장은 하찮은 것 같지만 인구절벽시대를 헤쳐 나가는 여러 가지 중 하나입니다. "물놀이장을 만들라!" / 강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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