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지역 여성계의 대모 현복순 여사 별세
1세대 지역 여성계의 대모 현복순 여사 별세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01.19 12:10
  • 호수 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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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0세 일기 마쳐, 국민훈장 등 다수 수상
▲ 현복순 여사

1세대 보은여성계의 대모, 봉사자의 대명사였던 현복순 여사가 지난 1월 4일 오전 11시 세상을 하직했다. 향년 90세.

고 현복순 여사를 봉양했던 금기정(51, 성모병원 장례식장)엸유경언(48, 신라식당)씨 부부는 "3년 전 부터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고 방안에서만 계셨지만 편안하게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워했다.

3년전만 해도 고 현복순 여사는 매일 아침 검정색 작은 손지갑을 들고 신라식당에서 중앙사거리에 있던 금마차다실(지금은 없어짐)까지 걸어가서 동네 할머니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고 다방에 있던 사람들에게 커피값을 지불하는 것으로 함께 나누며 건재함을 보였었다. 그러나 그녀도 세월 앞에 장사 없듯이 쓰러져 1세대 보은여성계 대모로서의 막을 내렸다.

내북면 봉황리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시절 내북보통학교(현 내북초등학교)를 졸업한 고 현복순 여사는 현재 신라식당 자리에서 1968년 도내 최초 자동차정비공장인 보은공업사를 차려 10여년간 운영했던 손꼽히는 여장부였다.

그리고 보은에서는 적십자가 뭔지도 몰랐던 그 시절, 남성들조차도 적십자 회원 활동이 전무했던 6, 70년대 적십자 회원으로 가입해 봉사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더욱이 여자,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제한이 첩첩 막을 치고 있어 보은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 시절, 남성중심의 사회에 도전장을 내밀고 여성의 이름으로 당당히 사회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적십자 활동을 활발하게 벌였던 고 현복순 여사는 보은적십자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남성들도  회원으로 가입시켜 보은의 적십자단체 발전의 주춧돌을 놓았다. 당시만 해도 보은군은 적십자 봉사회원 수가 적어서 옥천, 영동에도 있었던 독립지구 조차 만들 수가 없었던 때였다.

고 현복순 여사가 회원 배가 운동을 펼치며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을 많이 영입해 보은군도 적십자보은지구협의회를 조직하는 등 단독 지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탁월한 리더십 덕분에 각 단위 적십자뿐만 아니라 지구협의회도 자타가 인정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여성들의 권익신장을 위한 단체들도 많이 조직되면서 1989년 여성단체협의회도 구성할 수 있었고 고 현복순 여사가 초대 협의회장에 추대된 후 1997년까지 회장으로서 직분을 수행했다.

이같은 봉사활동 및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에 인생을 고스란히 바친 고 현복순 여사는 1994년 자원봉사 5천시간 인증, 적십자종신봉사원패, 1998년 국민훈장 목련장, 보건복지부장관상, 내무부장관상, 적십자총재상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새마을부녀회 후원회장, 보은군자원봉사센터장 등 30여년간 지역에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봉사와 헌신적 활동을 했다. 또한 2000년대 초반까지도 여성의 역할 확립 및 여성의 복지향상, 여성계의 버팀목이었던 주인공, 1세대 여성계의 대모 고 현복순 여사의 삶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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