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순 시인 '등굽은 나무' 교과서에 실렸다
김철순 시인 '등굽은 나무' 교과서에 실렸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01.19 12:08
  • 호수 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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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 동아 및 교원 출판사에서 채택
▲ 김철순 시인

김철순(63, 마로 관기) 시인의 동시집 '사과의 길'에 실린 '등굽은 나무'가 올해 4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실렸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동아출판사와 교원출판사 등 몇 군데에서 김철순 시인의 동시 '등굽은 나무'를 국어교과서에 싣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작가의 수락하게 게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시인의 동시 '등굽은 나무'는 3, 4년전 보은군 민원과에서 일할 때 삼산초등학교 교정에서 쉬면서 봤던 등굽은 나무를 보고 영감이 떠올라 동시로 옮긴 작품이다.

텅 빈 운동장을

혼자 걸어 나오는데

운동장가에 있던 나무가

등을 구부리며

말타기 놀이 하잔다

얼른 올라타라고

등을 내민다

내가 올라타자

따그닥따그닥

달린다

학교 앞 문방구를 지나서

네거리를 지나서

우리 집을 지나서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차보다 빠르다

어, 어, 어,

구름 위를 달린다

비행기보다 빠르다

저 밑의 집들이

점점 작게 보인다

-「등굽은 나무」부분

아이들이 모두 떠난 "텅 빈 운동장"을 "혼자" 걸어 나오는 아이의 모습에서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어야 했던 아이의 하루를 짐작할 수 있다.

학교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아이에게 "나무가/ 등을 구부리며 / 말타기 놀이"를 제안한다.

그 나무를 타고 학교와 집을 벗어나는 아이의 환상은 아이가 처한 현실을 넘어 통쾌한 위로를 준다.

아이들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 때 불러내곤 하는 환상 공간은 김철순의 동시 속에서 단순한 도피처가 아닌 위로와 치유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일상으로 활기차게 되돌아갈 수 있는 기운을 심어 준다. 집과 학교에서 느끼는 아이들의 심리적 갈등이 아이들의 환상으로 표현됐다.

김철순 시인은 1995년 제1회 지용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이후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사과의 길'과 '냄비'가,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할미꽃'과 '고무줄놀이'가 나란히 당선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일본 신춘문예 심사를 맡았던 김용택 시인 등은 그의 동시에 대해 "아기자기한 이미지의 환상적 서사, 소박한 일상의 노래가 자연과 우주를 성찰케 한다"라고 평한 바 있다.

한편 시집으로는 1997년 '꿈속에서 기어나오고 싶지 않은 날'과 2003년 '오래된 사과나무 아래서'를 냈다.

그리고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사과나무의 길과 이번 교과서에 실린 동시 등굽은 나무가 실린 첫 동시집 '사과의 길'을 출간했다. 김철순 시인은 출판사 문학동네를 통해 두번째 동시집 출간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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