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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北方)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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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호] 승인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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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철로는 더욱이 싸늘하였다

소반 귀퉁이 옆에 앉은 농군에게서는 송아지의 냄새가 난다

힘없이 웃으면서 차만 타면 북으로 간다고

어린애는 운다 철마구리 울듯

차창이 고향을 지워 버린다

어린애가 유리창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친다

                         -1939. 7.  헌사-

「북방의 길」은 「모촌」과 함께 1930년데 식민지 현실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이다.

이 시는 고향을 떠나 북방 어딘가로 쫓겨 가야 하는 농민들의 아픔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지금 쫓기어 가고 있는 이들은 어린 애와 송아지 냄새가 나는 농군을 포함한 농사꾼 가족이다.

그들은 열차를 타고 떠난다. 그들은 열차를 타고 가는 것으로 보아 아주 먼 곳으로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북방이 어쩌면 나라 건너 남의 땅일 가능성도 있다. 눈 내려 싸늘한 겨울에 그들은 떠난다.

그래서 가슴 또한 시리고 추울 것이다.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도 차고 매서운 날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지금 가난하다. 가진 것이라곤 소반 정도다.

떠나기 직전까지도 농사를 지었던 사람이라는 걸 몸에 밴 송아지 냄새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린 농민들일 것이다.

그들이 자의에 의해 새로운 땅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쫓겨나는 사람들이고 고향을 떠나기 싫은 데도 떠나고 있는 신세임을 대신 보여주는 것이 어린 애의 울음이다.

이 시에서 오래도록 읽는 이의 가슴에 남는 것이 이 어린 애의 울음이다. 어린 애는 철마구리(참개구리) 울듯이 운다.

"유리창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친다" 이건 단순히 어린 애의 몸부림만이 아니다. 떠나는 모든 이의 몸부림과 심정이다.

어린 애의 몸부림치는 울음에다 대신 실어서, 아니 다 실어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슬픔이 잘 정제되어 있다. 그래서 더 비극적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한 시대의 민족적 슬픔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어린 애를 지켜보는 농군의 힘없는 웃음은 무력함과 자조적이 웃음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려 애쓰는 웃음이기도 하고 아직 희망을 다 버리지 않은 아픈 표정도 그 안에 내재되어 있다.                                

출처- 도종환의 오장환 詩 깊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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