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참교육의 한길을 걷다
35년, 참교육의 한길을 걷다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8.01.04 12:19
  • 호수 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은여중 구금회 선생님 (역사)
▲ 구금회 선생님

보은여중 구금회 역사교사와의 만남을 위해 1월 2일 학교를 방문했을 때, 방학을 맞이하는 여중생들의 모습이 한껏 들떠있었다. 구금회 교사와의 대화가 한창일 때, 교실문을 열고 들어선 한 여학생이 수줍게 손편지를 건넨다.

'오늘이 역사수업 마지막이네요. 3년동안 즐거운 배움과 소중한 인연 감사합니다' 여학생의 편지를 통해 교사로서의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

보은여중 역사교사 구금회 선생님은 35년간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경쟁' 대신 '협력'을, '나'만이 아닌 '우리'를 강조한다. 때문에 그녀의 수업은 개별수업이 아닌 협동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해마다 지역의 문화역사와 인물을 탐방한 결과물을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을 통해 창의성과 지역성을 아이들이 스스로 체험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보은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반되는 교육이 돼야합니다"라며 그녀의 특색있는 교육활동을 몇가지 소개했다.

지역주민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하는 독서활동 프로그램인 '달빛책방'과 '발도르프 교육 공부모임'을 통해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교육활동, 마을을 품은 춘수골 축제, 보은여중 라온제나 학생들의 흙사랑 한글학교 할머니들과 함께 진행한 수업 등을 그녀는 꼽았다. 또한 행복씨앗학교로 지정된 보은여중은 올해 털모자를 떠서 아프리카나 가난한 나라의 신생아들에게 모자 100개를 선물할 예정이며, 수공예 인형을 만들어 보은평화의소녀상 모금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학교가 문턱을 낮추고 지역과 공유해야 합니다"라며 보여주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살아숨쉬는 교육, 아이들 스스로 느끼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준비해나가는 과정이 교육속에 녹아나야함을 강조했다.

#교육자이자 지역활동가로서의 삶

'참교육'을 목표로 89년 전교조 출범과 동시에 그녀는 초창기 조합원으로 활동했다.

"전교조는 저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했죠" 다른길, 옆길로 새지 않고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지키며 아이들과 함께 오로지 한길을 걸어오는 길이 쉽지는 않았으리라.

"대학시절에 왜곡된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충격 그 자체였죠. 저와같은 혼란을 아이들이 겪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역사수업만큼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치지 않으리라 다짐했죠" 지금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와있는 5.18을 수업시간에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서의 조사를 받고 탄압받는 엄혹한 시절도 있었다.

재작년에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박근혜(최순실) 정권에 저항하며 보은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해 '우리 아이들을 하나만 생각하는 바보로 만들 수는 없다. 다양한 역사적 사고력을 가진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민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녀의 지역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들레희망연대 대표직을 맡으며 보은군친환경무상급식 주민운동을 전개하고, 정부미 급식반대운동을 벌여 친환경쌀 지급을 이뤄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5월 5일 어린이날 큰잔치 '애들아 노올자'는 보은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 됐다.

"2010년 보은여중 3학년 학생들과 처음으로 어린이날 잔치를 시작했죠" 예산이 없어 지역 사회단체를 트럭으로 돌며 텐트와 책상을 빌리기도 했다. 밤새 천막을 치고 행사준비로 지칠법도 하지만, 엄마, 아빠와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피로감을 풀기도 했다.

지금은 교육청과 군의 지원을 받아 제법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지만, 가장 적은 예산으로 가장 큰 잔치나 다를바 없이 진행되고 있다. 보은의 엄마, 아빠들은 어린이날 놀이공원이나 외부에 나가지 않아도 행복한 날을 보낼 수 있으며, 심지어 대전이나 청주에서도 보은으로 올 정도로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삼승면 엘엔지발전소와 호국원 반대운동을 비롯해 지역현안문제, 박근혜탄핵촉구 촛불문화제, 세월호 추모집회, 환경미화원 노동자나 가난한 사람들의 투쟁에도 그녀는 지역주민들과 뜻을 함께 나눴다. 또한 흙사랑 한글학교의 교육사업과 보은평화의소년상 건립, 보은여중 학생들과 이옥선 할머님 위로하기 등을 펼치기도 했다.

"내 아이를 키워서 '인서울' 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보은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교육, 살아있는 교육이 돼야합니다" 보은이 자랑스럽고 농사짓는 부모님이 자랑스러운 교육, 또한 아이들이 자라서 살아갈 행복한 보은을 만들어가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며 힘주어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