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 (보은읍 신함2리 이장)
서정인 (보은읍 신함2리 이장)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8.01.04 11:56
  • 호수 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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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의 단결된 힘으로 살기좋은 고향 만들기
▲ 서정인 이장

작년 한해 보은읍 동안이들 축사밀집과 관련해 신함·중동·풍취리 주민들뿐만 아니라 보은군민 다수가 축사냄새로 인한 고충이 봇물 터지듯 불거졌다. 3개월간의 끈질긴 싸움 끝에 가축사육 제한조례가 개정됨으로써 상수원을 보호하고 주거·도시·관광지역으로부터 제한거리를 강화해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다.

12월 29일, 신함2리 서정인 이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향에 다시 발을 디뎠을 때, 인심좋은 동네, 젊음으로 활기가 넘치는 동네였죠" 신함리에서 나고 자란 서정인 이장은 20년전(1997년)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땅을 다시 밟았을 때의 감회를 떠올렸다.

당시에는 축사(우사)가 없었고 돈사도 지금처럼 대규모가 아닌 조그마한 시설에 지나지 않았다. 동네에는 노년층보다는 청장년층이 넘치고 이웃간의 정이 돈독해 그야말로 평화로운 동네였다.

"고향생활 5년후, 새마을지도자를 비롯해 청년회 총무, 반장일을 맡기 시작했죠" 워낙 부지런하고 곧은 성격을 가진 그는 금새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네 형, 아우하며 지내다가 2015년부터 이장직을 맡게 돼 지난해에는 축사반대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게 됐다.

"기존의 축사냄새로 고통을 받던 주민들의 원성이 한꺼번에 터진거죠" 어르신들과 함께 축사반대운동을 3개월간 가열차게 벌여 가축조례를 강화하는 성과는 얻었지만, 한계지점도 있었다. 법적·행정적 절차보다 주민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군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주민의 바람과는 달리 기대치에 턱없이 모자라는 태도에 실망감도 적잖았다. 때문에 동안이들 축사문제를 매듭 지은지 반년이 지났지만 복잡한 심정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장을 맡지 않고 일반 주민이었다면 나는 축사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내가 쌈닭인가 등등... 복잡한 마음이 한동안 지속됐죠.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최근에야 평정심을 되찾았죠" 그의 말속에 원칙과 타협 사이의 갈등, 근본적 해결과 임시방편 사이에서 마을 주민들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음이 짐작됐다. 이는 군이 환경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주민생활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을 한지 반년이 지났지만 조금도 나아진 것을 주민들은 체감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어귀에는 여전히 양돈농가에 대한 규탄의 현수막이 걸려 있고 주민들은 기대감에 지쳐 허탈감마저 들고 있다.

"환경문제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살아가면서 다양한 문제에 부딪칠때마다 행정기관이 나서서 적극 해결해야 함에도 늘 관망하는 모습에 절망감마저 듭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겁니다"라며 그는 제법 힘주어 말했다. 작은 힘이지만 주민들과 단결하고 의지를 모아가면서 마을복지와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마을, 아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마을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동네 어르신들이 우스갯소리로 저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장난꾸러기 동네꼬마가 이렇게 이장일까지 맡게 될줄이야 하면서 말이죠" 개구쟁이 어린시절, 신함리 골짜기에서 화가로써의 꿈을 키워가던 마을이 이제는 그가 지켜야할 마을이 됐다.

"주민들이 서로 단결하고 의지하는 것만큼 큰 힘은 없죠. 제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서 우리 아이들이 대를 이어 자라라는 곳입니다. 조상부터 대대로 이어온 소중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살기좋은 마을로 가꿔갈 생각입니다"라며 그는 한껏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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