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 류영우 기자
  • 승인 2010.07.01 09:54
  • 호수 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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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수한면 노성리 김 종 덕씨
  • 친환경재배에서부터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삶까지
  • 생태적 부분을 유지하며 농촌의 소득을 증대시켜 나가고,
  • 지역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 함께 고민하는 삶.

 

삶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가 새겨지고 삶의 보람이 생긴다. 김종덕(55, 수한면 노성리)씨야말로 관계성 속에서 존재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다.
젊은 시절, 김종덕 씨는 다양한 삶을 경험했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시작으로 개인 사업체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온몸으로 느끼며 헤쳐왔다.
그러던 2002년. 귀농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60쯤, 농촌에 내려와 살고 싶다는 소망은 갖고 있었지만 조금 이른 나이에 귀농을 현실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이른 결심에는 다른 요인은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농촌에 가면, 또 숲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그 단순한 진리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연한 인연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을 택한 이들 중 많은 경우가 정착에 실패하고 있다.
농촌에서의 노동이 도시노동에 비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사도 힘들려니와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도시의 가치관을 고집하다 보면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흔하다.

한번 밉보이면 냉대받기 십상이고 회복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김종덕씨는 달랐다.
귀농을 결심 한 후 수한면 노성리에 삶의 터전을 새롭게 갖추기까지 2년의 세월을 준비했다.

남원의 실상사에서 귀농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췄고, 농산물 품질관리사 자격증도 귀농을 준비하며 취득했다.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개인 사업을 시작했을 때입니다. 실상사 귀농학교에서 공부를 한 것도 그때였고, 자격증도 그때 딸 수 있었죠. 하지만 2년의 귀농 준비기간은 어디에서 자리를 잡을지 그 인연을 찾아다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생면부지의 땅 보은이 제 인연이 됐고요. 보은과의 인연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습니다. 실상사 귀농학교 1기 출신 선배가 보은에 자리 잡았고, 그 분이 이곳을 떠나게 되면서 제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됐죠."

2004년 12월 5일.
제법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던 그 때, 김종덕씨는 그렇게 보은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주민들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노성리 마을과는 약 2km 정도 떨어진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매일같이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과 인사도 나누고, 막걸리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마을 이장일이 공석이 되자, 그는 귀농한 지 100일도 채 안 돼 노성리 마을 이장이 되었다.

주민과 함께 하려는 김씨의 노력이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주민들의 고운 심성은 노력하는 그를 받아주었던 것이다.

다가오기 전에 먼저 다가섰고, 마을 주민들과 행복한 삶까지 꿈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보은과의 인연, 그리고 노성리 마을 이장이라는 새로운 역할까지.
김종덕씨의 새로운 삶은 그렇게 시작됐다.

 

◆친환경농업, 귀농의 의미
귀농 첫 해. 농사 준비에 한창이어야 할 그였지만 처음 경험하는 마을 이장일도 만만치 않았다.
"어떻게 지냈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정신없이 지냈었죠. 농사도 시작해야 했고, 마을일도 소홀히 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그때는 내가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 시간에 쫓겨 농사일에 끌려 다녀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농사일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친환경 재배. 이것은 그가 귀농을 결심한 궁극적 목표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유기재배 인증이 어려웠던 만큼 무농약부터 시작을 했죠. 친환경재배는 제가 시골에 와서 농사를 짓는 기본적인 이유입니다. 친환경재배가 아니면 농사 질 이유가 없었죠."

그러던 그가 지난해부터 우렁이 농법을 이용한 친환경쌀 재배를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닌 마을주민과 함께 하는 친환경단지까지도 꿈꾸고 있다.

"이제 농촌에는 연세드신분들이 많아 기존의 농사방식을 바꾸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렁이 농법은 다르더라고요. 지난해부터 우렁이 농법을 시작했는데 주민들의 관심이 점차 늘고 있어요. 보조도 받을 수 있어 농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요. 벼농사는 어느 한 농가가 친환경재배를 한다고 해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실질적 친환경재배가 이루어지려면 단지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죠.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마을을 변화시키기 위해, 아니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해 김씨는 또 다른 고민을 시작했다. 바로 친환경농산물의 판로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판로만 확실히 제시한다면 기존 농법을 고수하던 주민들의 절반 이상은 친환경농산물 재배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확신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군과 농협에서 그 역할을 해 주어야 하지만 기존 업무에도 허덕이는 모습이 안타깝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미래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도 안타깝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점차 뒤처지는 보은의 모습이 아쉽다.

 

◆귀농, 쉽지 않은 과정
안정적으로 정착한 듯 보이지만 김종덕씨는 아직도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니, 아직도 귀농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귀농은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참 어려움이 많아요. 살아가는 집뿐만 아니라 농사를 지을 때도, 또 농토를 구할 때도 귀농인과 지역주민이 맞아야 해요. 서로 배려해야 하고, 양보가 없으면 갈등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지역주민과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그것이 복이고, 큰 어려움 없이 지역과 융화하며 살 수 있을 겁니다."

주민뿐 아니라 귀농인에게 양보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 중 하나다.
자신의 의사만을 전달하고 듣지 않으려 하면 반드시 주민과 갈등이 생길 수 있고, 또 주민을 가르치려 들면 주민들에게 소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귀농인들 간의 연계도 필요한 부분이다.
정기적 만남을 통해 뒤늦게 지역에 정착한 귀농인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농촌을 찾았고, 지역에 정착하며 겪는 어려움을 함께 토의하고 격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너무 선을 긋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귀농, 귀촌을 따지기 전에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조금 더 쉽게 지역에 정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생태적 부분을 유지하며 농촌의 소득을 증대시켜 나가고, 또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 함께 고민하는 삶.

낯선 땅에 정착하려는 이 지역 귀농인들 만의 고민이 아닌, 지역 주민 모두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삶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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