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욕심
  • 편집부
  • 승인 2018.01.04 11:48
  • 호수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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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철

함께 근무 했던 후배들이 퇴직을 했다며 찾아왔다. 근무 했을 때에는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퇴직을 했다고 하니 괜스레 내 마음이 어수선해 진다. 아마 그들로 인하여 내 나이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들과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커피숍에 들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그들은 갑자기 침울해 졌다.

"막상 퇴직을 하니 허전하기도 하고, 또 걱정도 되네요. 전에 지부장님 말씀을 듣고 퇴직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이틀 미루다가 준비도 없이 퇴직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에게 좋은 조언 좀 해 주세요." 라고 한다. 그 동안 나의 경험과 강의했던 자료를 중심으로 후배들에게 퇴직 후 제2의 인생에 대하여 몇 가지 말해 주었다.

나의 입장에서 퇴직 후 자유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의복이었다. 꽉 죄던 넥타이를 안 메어도 좋고 색깔 있는 셔츠도 마음대로 입고 다녀도 누가 말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체형이었다. 그동안은 불쑥 튀어나온 배며, 늘어진 살은 양복이 잘 감추어 주었는데 양복을 벗으니 살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 동안 입고 싶었던 옷들을 사서 입어보기는 하지만 옷맵시가 안 났다. 마침 나의 친구이자 주치의가 진료 중 한마디 조언을 해 주었다.

"친구는 몸무게를 75Kg까지만 빼면 지금 먹는 혈압 약은 안 먹어도 될거야.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퇴직을 했으니 한 번 시도해 보게나." 

나는 그 다음 날부터 헬스장을 다니며 열심히 운동을 하였다. 처음에는 꼼짝도 안하던 체중계가 6개월이 지나자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2년 후에는 몸무게가 감량목표인 75Kg이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허리둘레는 38인치에서 33인치로 줄어들어 그야말로 날아가는 몸매가 되었다. 아들과 딸은 그런 내가 놀라운지 약속대로 날씬한 옷들을 여러 벌 사다 주었다.

"아빠! 정말 대단해요. 우리도 아빠의 저런 실행력과 의지력을 배워야 하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내가 목표를 했던 것이 이루어 졌으면 그것으로 만족을 하고 현상 유지에 치중을 했으면 좋으련만 나는 서서히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욕심의 시작은 헬스장에서 알게 된 어느 분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선생님, 몸매가 보기 좋습니다. 근육이 좋아서 좀 더 노력하시면 노년부 보디빌딩대회에 나가도 되겠어요."

그 말에 나는 새로운 인생목표를 정하고 운동량을 늘리기 시작하였다. 한 열흘 정도가 지나자 갑자기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난 심한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뭉친 근육을 빨리 풀기 위하여 더 열심히 아령과 역기를 들었다. 며칠 후 그날은 도저히 팔을 들 수가 없어서 인근에 있는 정형외과를 찾아가니 어깨 연골을 싸고 있는 막에 문제가 생겼다며 심하면 시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 후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아 어깨는 거의 나아갈 무렵 이번에는 발이 아파서 잘 걸을 수가 없었다. 다시 병원에 가서 자초지정을 말하니 의사 선생은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본다.

"아니 환자분 연세가 아직도 20대, 30대 인줄 아세요. 런닝 머신에서 그렇게 빨리 달리면 그 발이 견디어 낼 수가 있습니까? 앞으로 2주일 정도는 운동하지 마시고 집에서 꼼짝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런 욕심은 버리시고 종전처럼 적당히 운동하세요."

진료가 끝난 후 진찰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혼잣말을 하는 의사 선생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 "오래 산다고 하니까 운동만 하면 육체가 다시 청년으로 되돌아오는 줄 착각들 하고 있으니 참 큰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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