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불빛 하나
따뜻한 불빛 하나
  • 편집부
  • 승인 2017.12.07 11:38
  • 호수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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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겨울엔 무조건 따뜻한 것이 좋지요?

따뜻한 사람, 따뜻한 마음. 따뜻한 차 등등...그렇게 타령을 했더니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따뜻한게 소원이면 작은 난로를 하나 구해서 통째로 껴안고 다니라나 뭐라나...♬

정말 할 수 있다면 그러고도 싶은 날들이 시작된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특히 우리 전통시장에서는 늘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또 내일이면 느닷없이 깜짝 스러울만큼 다른 일들이 쉴 새 없이 생겨나고 있는 곳이지요. 생동감이랄까요?

2층 구석진 자리에서 하루 3시간씩 음악방송을 하고 있는 저도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쩌다 마주치는 사장님들과 인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래도 개개인의 눈빛들만은 참으로 선량하고 인정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일예로, 첫 인상만으로는 대리석처럼 차갑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분은 칠성식품 윤상열 사장님이신데요. 내외분이 일하시는 가게 안은 백화점을 연상케 할 만큼 얼마나 깨끗하고 정갈했던지 둘러보며 저도 모르게 놀라움을 연발 했는데, 진열된 물건들 사이사이엔 신기하게도 푸른 화초들이 있고, 동적인 이미지의 사장님은 친절하게 응대를 하시며 화초들과 고요한 정물처럼 어울려 계셨어요.

사장님의 눈빛만 보면 그런 인테리어를 한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마치 드라마 속에서 보는 일제 강점기 형사처럼 눈빛이 너무나 예리하셔서, 어쩌다 시장 통로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되면 마음 속 까지 들여다보실 것 같아 얼른 방송실로 다다다다~~~ 지난 초여름 부산행 나들이에선 제 노래에 단 돈 천원어치 가치도 부여해 주지 않아서 잠시 삐지게도 하셨던, 그래서 제겐 잊지 못할 전통시장의 추억 하나를 우연히 선물해 주셨는데, 겉보기와 다른 내면에는 여리디 여린 푸른 화초를 사철 키우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니, 사람의 마음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것도 정말 없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해마다 엄동설한이 찾아들면 시베리아처럼 살벌한 듯 한 세상이 그래도 살맛난다고 느껴지는 것은, 가슴속마다 꺼지지 않는 작고 따뜻한 불빛을 간직한 사람들의 온기 때문이 아닐까요?♡^^♡

박태린

보은전통시장 음악방송DJ/청주 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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