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보은
10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보은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11.23 11:09
  • 호수 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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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0일, 보은교과서 제작을 위해 교사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이유미 장학사, 이지연(회인초)·김욱동(종곡초)·강환욱(관기초)·김은범(수정초)·장해원(산외초)·박현정(수한초)교사.

내북 도원리에는 '술바위'가 있다. 물이 아닌 술이 나왔다던 술바위. 탄부 벽지리의 '찬샘'은 피부병을 고쳤다는 전설이, 갈목리 회넘이 고개는 '뻥쟁이' 스님들이 거짓말 대결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우리고장 보은' 구석구석을 선생님과 함께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는 교과서. 초등3학년 사회과 보은교과서가 새롭게 태어난다.

#보은아이들 위해 선생님들이 뭉쳤다

초등3학년 사회과목에는 우리고장을 배우는 교육과정이 있다. 이때 사용되는 보조교과서가 지역교과서인데 지금까지 사용되던 교재보다 현장성과 마을(지역)의 소개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를 위해 보은지역별 교사들이 뭉쳤다.

보은교육청 이유미 장학사를 중심으로 보은읍 중심지는 장해원(산외초)·김욱동(종곡초)교사가 집필을 하고, 동쪽 속리산과 장안면은 김은범(수정초)교사, 서쪽 회인·회남·수한면은 박현정(수한초)교사, 남쪽 탄부·삼승·마로면은 강환욱(관기초)교사, 북쪽 내북·산외면은 김은중(내북초)교사가 맡았다. 또한 삽화는 회인초 이지연 교사가, 사진은 종곡초 정택진 교사가 각각 맡아 시각적 효과를 높였다.

"힘들다는 내색한번 없이 지금까지 기쁘게 선생님들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죠" 이유미 장학사의 말이다.

교사들은 가르치는 업무 이외에도 학교 각종 업무로 고된 노동을 한다. 그러나 보은교과서를 만드는 몇달동안 그들의 마음은 즐겁기만 했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보은을 캠핑카 타고 여행하는 교과서가 되기 위해 그들은 시간날 때마다 자료를 찾고 현장을 탐방했다. 때로는 아이들과 지역탐방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곳, 우리 마을에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문화재, 축제현장 등 그들의 발길과 땀방울이 교과서 곳곳에 묻어 있다.

#10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보은

새교과서는 이전보다 지역성이 강조됐다. 1단원 보은의 생활중심지를 통해 관공서와 병원, 교통, 의료, 축제, 운동시설 등이 소개돼 있고, 나머지 5단원은 보은읍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면별 마을과 전설, 사람, 문화 등 보은 구석구석을 탐방하고픈 마음이 절로 들게 사진자료와 그림이 적절히 배치돼 있다.

보은읍의 이야기에는 삼년산성, 동학, 향교, 동헌 등이 소개돼 있다. 그러나 이전 교과서와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이전 교과서의 삼년산성은 삼국시대에 삼년에 걸쳐 쌓은 산성이라는 정도의 지식이 소개돼 있다. 그러나 새교과서는 검은바우에 얽힌 슬픈 전설이야기로 시작된다. 흥미로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뒤이어 삼년산성에 대한 배경지식이 소개된다.

보다 큰 차이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힘이다. 이전 교과서는 한 학생이 쓴 일기를 소개하면서 아이들이 삼년산성을 탐방하고 어떠한 생각을 해야하는지 방향까지 제시해 사고의 폭을 좁혔다는 느낌이 들지만, 새교과서는 한문장으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만 한다. 나머지는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느껴할 몫으로 남겨뒀다.

이렇듯 지난교과서와 새교과서는 내용도 많이 달라졌지만,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방향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쪽 속리와 장안은 법주사, 정이품송, 복천암과 은구석 등이 전설과 문화재 사진자료, 수려한 자연경관 등이 소개돼 있고, 서쪽 회인,회남,수한은 국사봉, 피반령과 수리티재, 차정리 느티나무, 오장환문학관, 그리고 재미난 이야기가 많은 동네 이야기가 있다. 남쪽 탄부, 삼승, 마로면은 마을이야기와 송찬호시인과 예술창작촌 공간이노, 선애빌 마을이 소개돼 문화와 마을이 어우러진 지역성이 돋보였다. 북쪽 내북과 산외면은 구구산방과 물레길둘레길, 주성산성과 마을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특히 마을 전설 중 도원리 술바위 전설을 읽는다면 누구나 꼭 한번 가서 물(술?)을 마셔보고픈 호기심이 들지 않을까?

이러한 생생한 지역교과서가 탄생하기까지 그들이 기울인 노력이 얼마일까 그려진다. 그 노력은 우리아이들에게 보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교과서 한권만으로도 보은여행 길잡이가 된다. 10살의 보은 아이들이 마을 곳곳을 돌며 갖게 될 추억과 소중한 경험은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깊은 근원적 힘으로 작용되리라. 때문에 선생님들은 몇달동안의 고생이 기쁨으로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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