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품 보은교육
정일품 보은교육
  • 편집부
  • 승인 2017.11.23 10:22
  • 호수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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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재

정일품 교육상 시상 소식을 신문기사를 통해 보면서, 민주주의 시대에 행복한 민주시민교육을 지향해야지 어찌하여 왕조시대의 최고관직을 목표로 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아직까지도 하고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꿈을 키우는 행복(청주)교육"
"함께 행복한 향수교육(옥천)"
"행복의 반올림 (영동)교육"
"꿈을 키우는 행복교육(진천)"
"품성교육 따뜻한 가슴 만들기(괴산증평)"
"배움나눔 행복가득 다올찬 (음성)교육"
"행복 (충주)교육"
"학생사랑 행복(제천)교육"
"바른 품성 알찬학력(단양)"

이상은 충북도내 각 시·군 교육지원청의 교육지표입니다. 괴산증평과 단양 교육지원청이 '품성'에 방점을 둔 것 말고는 한결같이 '행복교육'을 추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필자가 초등학교 5학년 어느 운동장조회 시간 때 강창수 교장선생님이 "여러분은 왜 공부하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다들 정치가, 의사, 과학자, 교사 등 훌륭한 사람이 되어 나라를 위해 일하기 위해 공부한다고 대답했지만, 교장선생님은 "잘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자라서야 잘 산다는 게 곧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보은교육지원청은 다 아시는 것처럼 "정일품 (보은)교육"을 지표로 삼은 지 오래입니다. 처음에는 '정2품 보은교육'이라고 했다가 어느 시기 '정1품'으로 격상?하였지요.

애초에 어느 분이 '정2품 교육'을 제창하였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보은 속리산의 저 유명한 '정2품송' 때문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필자가 처음 '정2품 보은교육'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관직을 지향하는 교육이라니? 정2품이라면 오늘날 장관급에 해당하니 대단히 높은 지위이기는 하지만 교육이 꼭 관직만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잖은가? 그것도 꼭 집어 2품이어야 할 까닭이 무엇인가? 아무리 정2품송 소나무가 대단하기로서니…"

왕조시대 가렴주구 폭정에 시달려온 피지배의 역사가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권력을 추구하게 되었는가, 하는 생각이 아니 드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시기 정2품 보은교육이 정1품 보은교육으로 격상된 것도, 기왕이면 정2품보다야 정1품이 더 낫지 않겠냐는 발상에서 그리 되었을 법 합니다.   

정2품은 조선시대 18품계 중 제3등급의 품계로서 판서 즉 오늘날 장관직에 해당하는 관직으로 군·위·좌참찬·우참찬·지사·판서·판윤·대제학·세자좌빈객·세자우빈객·도총관·제조 등이 있으며, 세종 때 정비된 녹과(祿科)에 의거하여 실직(實職)에 따라 1년에 네 차례에 걸쳐 모두 중미(中米) 12석, 조미 40석, 전미(田米) 2석, 황두(黃豆) 18석, 소맥 9석, 주(紬) 5필, 정포(正布) 14필, 저화 8장을 녹봉으로 지급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정일품(正一品)은 최고의 품계입니다. 정1품 관직으로는 잘 알려진 의정부의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3정승을 비롯하여 겸직의 영사(領事) ·도제조(都提調), 각 군영의 대장(大將) 등이 있었습니다. 정일품의 녹과는 제1과에 해당되어 중미(中米) 14석, 조미 48석, 전미(田米) 2석, 황두(黃豆) 23석, 소맥 10석, 주(紬) 6필, 정포(正布) 15필, 저화(楮貨) 10장 등 정2품보다 좀 더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왕의 여인들인 내명부(內命婦)와 외명부(外命婦) 종친 처(妻) 외에 문무관의 아내는 정부인, 정경부인이 있어 여성은 남편의 계급에 따라 품계가 정해질 뿐 스스로 관직에 나아가지 못하였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보은교육이 정2품에서 2단계 더 높여 정1품 교육을 함으로써 그만큼 더 향상되었을까? 그러면서 정1품이 끝인가, 좀 더 있다 보면 '제왕 교육'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닐까, 별로 쓸데없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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