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도서관 이송현 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보은도서관 이송현 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 편집부
  • 승인 2017.11.02 17:08
  • 호수 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조용한 일요일

지난 주말에는 친구들의 결혼식에 다니느라 바빴다. 결혼하기 좋은 날이라고 11시 예식부터 3시 예식까지 꽉 찬 웨딩홀 안내판처럼 빽빽한 일상을 보내느라 조용하게 쉴 수 있는 일요일이 필요하지만, 주말마저 바쁘게 보냈다면 눈에 쏙 들어오는 제목 '어느 조용한 일요일'.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새로 이사한 집에 셀프 페인팅을 하느라 바빴다는 근황과, 여기 저기 빽빽거리며 뛰어나니는 딸래미를 달래느라 정신없는 친구 부부의 이야기가 겹쳐 보이는 이 책에 나는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도 제목부터 반전인 책이 있을까. 이 책은 글이 없는 그림책이다. 그래서 조용한 일요일이 맞다. 그런데 검정과 분홍, 두 가지 색으로만 펼쳐지는 장면은 전혀 조용하지 않고 역동적이다. 세상 가장 발랄한 핑크색 페인트가 지붕에서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새들도 고양이도 강아지도 아이도 핑크 범벅이 된다. 핑크색 페인트를 묻히고 날아간 축구공은 부엌에 있는 엄마에게도, 페인트 한 통을 더 사 온 아빠에게도 핑크색을 퍼뜨린다. 한바탕 핑크 잔치를 펼친 뒤 엄마가 뿌려주는 물줄기로 상황이 종료된다.

그리고 이 책의 매력은 글 없는 이야기가 다 끝나고 그림을 축소해서 썸네일처럼 보여주는 페이지에 있다. 아이, 엄마, 아빠, 이웃집할머니가 보는 관점에서 각각 다른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내가 읽은 이야기는 “어느 조용한 일요일 엄마는 향긋한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에 방점을 찍었지만, 올해 남은 주말은 이웃집 할머니가 보는 것처럼 “아이구 신났네, 신났어. 재미난 일요일이었구먼!"으로 마무리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에 더 공감할지 궁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