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위의 바이올린
지붕위의 바이올린
  • 편집부
  • 승인 2017.11.02 14:57
  • 호수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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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방송 수다방

지붕위의 바이올린.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중 하나는 지붕 위에서 붉은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악사의 모습이 아닐까요?

어느 겨울방학, 영화를 같이 보던 중학생 딸 송이가 무심코, “엄마, 왜 하필이면 뾰족하고 높은 위험한 지붕위에서 연주를 해요?" 그러자 고등학생인 아들애가 불쑥, “폼 나잖아, 아마 스턴트맨이 대역 했을걸?"ㅠㅠ... 영화가 준 강한 메시지가 지금까지 잠재적으로 기억되어 있었는지 문득, 다시 그 영화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도록 한 일이 있었어요.

오색 꽃 만발하던 지난 봄날, 보은전통시장에서 부부가 함께 현대방앗간을 운영하시는 이건욱 상인회회장님의 큰 자제 결혼식이 있었지요. 늘씬하고 아리따운 따님이 아주 상냥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기에 이야기하다보니 이화여대 대학원 음악학부에서 공부하고 있다구요. 헉~! 뒷바라지에 애쓰셨을 세월을 가늠해보았지요. 말끔하게 정장을 하고 손님을 맞이하시는 회장님 내외를 보며 갑자기, 오래전 아이들과 같이 본 영화 '지붕위의 바이올린'이 떠올랐어요.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훌륭하게 남매를 키워 내시느라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져 갔을까요? 자녀를 키워내는 모든 분들 마음이 그러하듯, 날마다 위험한 뾰족지붕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왔을 모습에 마음속이 심쿵! 전통시장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시는 회장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지붕위의 악사같은 모습으로 여겨졌어요.

"위태롭게 연주하고 있는 저 모습이 삶이란다.." 그때 못했던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은데 애틋한 시간은 벌써 멀리 달아나버렸네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오색 매듭을 하나씩 엮어내다가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우리 애들도, 엄마가 들려주고 싶었던 속내를 새끼손가락만큼 정도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런지요.♡

박태린(보은 전통시장 음악방송DJ/청주 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 단원)

♣줄거리- 우크라이나의 아나태프카에 사는 유태인 부락에서 우유가공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테브예는 가난한 삶에도 불구하고 신앙심이 깊은 남자다. 그는 수다스런 아내 골데와 다섯 명의 딸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장녀 자이텔이 아버지와 상의도 없이 양복점 직공을 사랑한다며 그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전통을 존중하는 테브예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딸의 의지를 꺾을 수 없는 처지라 결혼을 승낙하고 만다. 그런데 결혼식이 열리는 식장으로 러시아 경관이 들이닥쳐 식장은 수라장이 되고 만다. 러시아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것. 우여곡절 끝에 장녀의 결혼을 마쳤더니 이번에는 둘째딸이 가난한 밀본과 결혼을 하겠다고 하고, 셋째까지 러시아 청년과 사랑에 빠져 몰래 도망친다. 그러는 와중에도 러시아의 정국은 더욱 악화되고, 그 여파는 아나태프카의 마을에도 밀어닥친다. 유태인 퇴거명령이 떨어진 것. 결국 테브예를 비롯한 유태인들은 정든 땅을 버리고 미국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마을을 떠나간다. -작품해설-클라이맥스에 나온 음악이었던  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추억의 명작으로 아낌없는 찬사를 받은 작품. 러시아의 우쿠라이나의 아나테프카 마을의 유목민 유태인들을 그린 쉘렘 스타인의 이야기에 바탕을 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각색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구시대적 가치를 고집하는 자긍심이 높지만 억압받는 아버지 역을 실감나게 한 하이만 토폴의 연기가 이 영화의 생명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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