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속리초 1학년 담임)
손준호 (속리초 1학년 담임)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10.26 11:44
  • 호수 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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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포옹으로 사랑을 전달하는 선생님
▲ 손주호 선생님과 조민서·이요한·황수진·류다은(왼쪽부터) 아이들이 다정하게 웃고 있다.

아낌없는 사랑으로 행복한 배움의 속리초 1학년 아이들

가을빛으로 가득한 속리초등학교 교정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낯선 이의 발걸음을 반겼다. 활기찬 아이들을 바라보며 뭔가 특별한 교육비법이 숨겨져 있진 않을까. 엄마들이 꼭 만나고 싶어하는 손준호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하는 호기심이 밀려왔다.

#눈높이에 맞춘 작은 책상

1학년 교실에는 5개의 작은 책상이 모여 있다.

'다섯 아이들이 공부하는구나'하는 예상은 빗나갔다.

"제가 조금 불편함을 참으면 돼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그는 작은 책상을 고집한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잘알아요"

"?..."

얼마나 사랑하고 자신을 믿어주는지 아이들이 더 잘 안다. 사랑과 신뢰의 깊이만큼 아이들의 배움도 커진다. 눈높이 책상은 교사의 일방적 가르침보다 함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으며, 즐거운 놀이학습을 하는 데에도 그만이다.

그가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일 중 하나는 아이들과 헤어질 때 '꼬~옥 안아주기'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 했죠"

몸만 겨우 기대는 아이에게 "팔로 꼭 껴안아줘야지"하고 주문하면 어깨에 팔을 얹기만 하던 아이들. 이제는 선생님보다 더 힘을 주어 안아준다. 이러한 것들이 아이들 사이에도 자연스레 스며들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조화를 이뤄가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매일 싸움만 하고 욕심이 많던 아이가 자기 것을 나눠주고, 지적질(?)하기 좋아하던 아이는  유연성이 나타나고, 소극적이던 아이가 웃음과 질문이 많은 아이로, 불안해하며 그누구도 믿지 못하던 아이가 안정을 찾고 배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글자를 그리던 아이가 체계를 깨닫고 쓰기 시작하더니, 수학은 월등하게 잘하며 자신감을 갖더라구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선생님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나도 사랑받고 있구나'하는 신뢰가 쌓이면서 눈부신 성장을 하게 된다.

#후회없이 아이들을 사랑해온 손준호 선생님

"17년만에 1학년을 맡게 됐어요"

마로면 관기리에서 나서 자란 손준호 교사는 동광초 1학년 담임으로 첫발령을 받았다.

"서툴기는 했지만 가장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사랑한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고향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에 앞만보고 달렸다. 지금은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을 체크하며 아이들과 '밀당'도 적당히 하지만, 그것은 젊은 날 모든 것을 다바쳐 무조건적인 사랑을 해봤기에 생긴 노하우가 아닐까.

"얼마전,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된 회인초 5학년 제자들을 다시 만났어요"

봄이면 감자심고 상추와 토마토, 고추, 땅콩, 고구마... 4계절 내내 먹으면서 놀면서 공부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다른 반 아이들과도 나눠먹고, 수업시간에 물올려 놓고 공부하면서 기다리던 재미. 같은 고구마로 삶아먹고 튀겨도 보고, 맛탕도 해먹고..."

제자들은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했다고, 아낌없이 사랑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에 그는 보람을 느낀다.

"부모님들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것이 있어요"

무의식 중에 불쑥불쑥 나오는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했다.

"자신을 사랑하고 끝까지 믿어주는 단 한사람만 있으면 아이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바르게 성장하고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어 무한성장할 수 있어요"

방과후 수업까지 마친 아이들이 선생님과 하나둘씩 포옹한다. 헤어지기 아쉬운 듯 아이들의 손에는 힘이 넘친다. 친구처럼, 삼촌처럼 따뜻하기만 선생님의 손길이 아이들에겐 더할나위없이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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